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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Mar 21. 2024

딸과 단둘이 떠나는 해외 여행기(2)

 딸에게 케어받는 중년엄마로......

그렇게  부랴부랴 5일 정도 준비하고 떠나는 날  안타깝게도 난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잔뜩 잠겨서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그 전날 아침에도  목이 살짝 잠겨서 흠흠 거렸던 기억이 났다.

아... 그걸 감기의 전조 증상인지 몰랐던 게 아쉬웠다. 미리 따뜻한 물을 많이 먹고 무리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가려고 했다.

라라할머니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를 보더니 괜찮다고 어서 집에 가서 좀 쉬었다 가라며 가지고 계신 진통제도 챙겨주시며 보내셨다.

집에 오자마자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훨씬 컨디션이 좋았다.

늦은 밤 비행기라 나머지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갔다. 이때만 해도 금방 나을 줄 알았다.

다행히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항공편 프런트데스크에서 페이를 더하겠다고 하고 인터넷으로 체크인할 때 봐 두었던   둘만 앉을 수 있는 자리로 요청했다.

다행히 평일이라 그런지 요금을 더 부담하지 않고도 원하는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큰 비행기라  2층에 두 명 앉는 자리였다.

10시간 이상의 장거리라  꼭 필요했던 거였는데 다행이었다.

몸이 안 좋은 나는  거의 비행기 이륙과 동시에 약을 먹고  잠에 빠져들었다. 저녁으로 나온 기내식도 먹지 않고 계속 정신없이 잠만 잤다.

어떻게든 체력을 유지하려 했다.

나중에  딸은 빈자리로 옮기고 날 보고 누워서 자라고 했다.

내 품에 안겨 잠을 자고 내 무릎을 베고 자던 딸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계속 엄마를 케어하고 있었고 난 케어를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건 갱년기증세와 함께 시작된  모습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내가 아플 때면 괜찮냐고 물어보고 밖에 나가있으면 뭐 필요한 거 없냐고 전화해서 챙기기도 했지만 전에는 내가 필요에 따라 부탁하거나 요청하는 게 주였는데 이번엔 진짜로 케어를 하고 또 받는 상황이 되었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암튼 익숙하지 않았고 그게 느껴질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11시간을 날아 엘에이에서 런던으로 갔고 런던에서 2시간 경유한 후에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더 날아가 파리에 도착을 했다.

파리 가기 전 경유지로 잠깐 들렀던  런던 공항이 맘에 들었다. 옆에서 들려오는 영국 영어의 엑센트가 너무 멋지다며 딸은 영국에서 일 년 정도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하며 경유시간이 짧은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도착한 프랑스의 날씨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를 무척 좋아하는 나였기에  착륙하는 비행기 창문에 떨어지는 비도 사랑스러웠다.

약기운 때문인지 푹 자고 나서 인지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목이 완전히 잠긴 상태라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는 탓에 입국 심사는 따로 받지 않아도 되었다.  

한국을 입국할 때처럼 자동 출입국 심사로 여권스캔하고 얼굴 스캔하고 나가서  여권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곳을 펴서 보여 주니 질문 없이 도장만  찍어주는게 끝이었다.

편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긴  해마다 여행객 유입 1.2위를 다투는 나라이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발전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될터이기도 하다.

비수기인 때도 공항엔 사람들로 넘쳐났으니 성수기땐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이건 여행하는 중에도 계속 생각했던 거였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출구 쪽으로 나오니 바로 택시승강장으로 연결되어 있었서 편리했다.

택시 승강장엔 택시들이 세로로 길게 세워져 있는  한국 모습과 다르게 마치 경주마들이 각 칸마다 세워져 있듯 택시들이 뒤 트렁크를 열고 가로로 줄 서있었고 컨트롤해 주는 공항 직원도 있었다. 택시 기사는 가야 할 지역을 얘기하니 정해진 금액 62유로에 가방 가격 정도를 포함해서 65유로를 얘기했다.

가기 전 얻은 정보에도 지역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다고 사기를 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

이것도 깔끔해서 좋았다.


그렇게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방은 크지 않았지만 깔끔했고  창문의 커튼을 열고 보니  멀리 불 켜진  에펠탑이 보였다.

잠시 불 켜진 에펠탑을 보고 짐을 풀고 있는데 딸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뭔가 해서 보니 정시가 되니 5분 정도 에펠탑이 예쁘게 반짝거렸다.

불 켜진 에펠탑도 예뻤는데 반짝거리기까지 하니 더 예뻤고 환영인사 제대로 받는 느낌에 기분도 좋았다.

숙소에서 본 에펠탑

짐을 풀고 호텔로비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다.  

리소토와 피자를 주문해서 먹었다

안타깝게도 이날 호텔에서 먹은 저녁이 제일 맛있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와서 이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이건 순전히 나의 건강 상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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