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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에 내 이름을 써두는 이유

by 산들하람

〈텀블러에 내 이름을 써두는 이유〉


내 텀블러엔

늘 이름을 써둔다

가끔, 누가

슬쩍 들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겉은 비슷해도

담긴 온도는 다르다


식는 속도

흔들리는 각도

입술에 닿는 결도


어제 쓴 글도 그렇다

아무 데나 두면

어느새 낯선 손에 있다


그 문장이

더 이상 나를 닮지 않을 때


나는 조용히,

다시 내 이름을 적는다


내가 마신 이야기엔

내 입김이 남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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