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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란 Nov 24. 2023

증명사진

일상단상

증명사진을 찍을 일이 생겼다.

몇 해 전부터 버려두었던

예쁘고자 하는 욕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속눈썹을 붙이러 갔다.

욕망은, 욕망에 취약하다.


오래전에 한 눈썹문신의 색이 이상하다고,

지우고 다시 하라는 유혹에 쉽게도 넘어간다.

욕망의 끝은

하얗게 그을린 얼마 남지 않은 눈썹과

붉은 상흔,

그리고 그 초라한 행색아래

잔뜩 힘을 준 속눈썹.

지워지지 않는 붉은 상흔에 버티고 버티다

사진을 찍으러 갔다.

'미'의 욕망은 마우스에 얹힌 손끝에서 쉽게도 살아난다.

평생의 콤플렉스였던 비대칭 얼굴도

붉은 상흔도

쉽게 쉽게 지워진다.

크게 확대된 늙은 피부와 주름이 부끄럽다.

'더 예뻐지고 싶은 부분 있으세요?'란 물음에

'아니, 그만요. 더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라고,

힘겹게 나를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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