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상
아이는 늦는다고 하고, 하다 남은 일이 신경이 쓰여
낮에 사다 놓은 전복으로 전복죽을 끓여 놓고
도서관이나 커피숍에 가서 남은 일을 좀 하다 와야지 하고 있었다.
잠시 여유를 부리는 사이,
아이에게 전화가 와 버스를 놓쳤다고 시간이 촉박하니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옆 동네에 좀 태워주면 안 되냐고 묻는다.
아이가 얘기하는 약속시간까진 딱 20분이 남았다.
괜히 내 맘이 급해져 급히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차키를 챙겨 들고 내려간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을 꼭 누르며 차에 타고는
다음부턴 이렇게 갑자기 얘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는 출발을 하는데
남편의 차가 단지로 들어선다.
늘 7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기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와서 죽을 끓이던가 저녁찬을 만들어야지 했는데
웬일인지 5시가 좀 넘은 시간에 집으로 온 것이었다.
눌러놨던 짜증이 솟구쳐, 기어이 아이에게 큰소리를 낸다.
'엄마는 이렇게 바쁘게 뭘 하거나 계획한 일정이 틀어지는 게 싫어. 앞으론 안 태워 줄거니 아예 부탁도 하지 마.'
나에게서 튀어나온 짜증은 아이에게로 엉겨 붙어 아이의 기분마저 망쳐 놓는다.
서먹한 가운데 아이를 약속 장소에 내려주고 잠시 생각을 하다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냉장고 속 반찬으로 알아서 저녁을 먹으라고 남편과 통화를 하고, 하던 일을 조금 하고 커피를 마시다 보니
금세 마음이 가라앉는다.
생각해 보니 별다르게 바뀐 일정도 없거니와, 문제 될 것은 더더욱 없었다.
다만, 순간의 종이 한 장처럼 얇디얇은 내 감정이 외부의 작은 바람에 흔들려 일어난 쓸데없는 파고일 뿐.
아이에게 끝나면 같이 가자고 톡을 하고는 만나면 좀 쑥스럽더라도 꼭 사과를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까는 엄마가 순간 기분에 흔들려서 짜증을 냈어. 미안해.'
라고.
그리고 앞으론 쉽게 휘날리지 않도록 좀 더 두꺼운 마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