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상
산책길.
아직 빨간 단풍을 가득 달고 있는 나무를 본다.
나는 아주 두꺼운 옷을 입고 있고, 날씨도 많이 춥지만
마치,
가을과도 같다.
문득 가을과 겨울의 경계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하의 날씨? 눈? 절기? 아님 달력?
12월, 1월을 겨울이 아니라고 하기는 좀 무리수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를 자르듯
날씨가 영하이니까, 눈이 왔으니까, 입동이 지났으니까, 12월이니까
하는 것도 내겐 뭔가 명쾌하지가 않다.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이 내 생각 주가 되듯
계절의 경계도
'아 이제 겨울이구나.'
하는 나 자신의 '인정'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의 청춘도 이와 같아
남들이 보기엔 완연한 겨울일지라도
내겐 아직 청춘이라면 청춘인 것은 아닐까.
어느 날 머리에 소복이 내린 눈을 보고
아, 이젠 겨울이구나 하고
나 스스로가 인정할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