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상
사회생활, 특히 조직생활은 어느 곳이나 어느 때나 힘들었지만 어째, 하면 할수록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이래서 나는 배움의 길을 '足道(언어순화 차원..)'라고 부른다.
'조또 끝이 없어...'
기존 오찬 대상에서 배제, 회의 일정 미공유, 뒤늦은 회의 참석에 대한 타박 3종 세트에 이어 선약이 있는 내게 미리 공지되지도 않은 저녁 술자리를 오라고 강권하는 전화가 오고
'알겠어. 근데 생각 잘하는 게 좋을 거야'
란 도대체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워딩을 귓가에 때려 맞고는 KO.
심지어 내가 믿고 따르던(그나마) 상사에게 들은 워딩이라 그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원래도 가지 않을 자리를 더욱 참석하지 않게 만들어 준 상황이라 선약 상대인 지인을 만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술을 거하게 마시고 2시간이 넘는 지하철 여정을 거쳐 자정이 다되어 집에 도착했다.
술기운과 피곤함에 현관 앞에 쓰러져 잠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건만 그 충격이 내 생각보다도 컸는지 새벽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 즈음 설풋 잠이 들었다 4시에 다시 깨어, 도대체 이걸 계속 다녀야 하나 마나 상념에 상념을 거듭하다 도저히 다시 잠들 가능성은 없는 것 같아 일어나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니 5시, 맘은 여전히 엉망징창이고 잠은 내게 올 생각이 영영 없어진 듯 멍하니 어스름 밝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운동 가자'
란 생각과 함께 운동화를 챙겨 신고 집 근처 내 운동코스로 향했다.
달리기를 추가하여 평소보다 강도 높게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토록 괴롭던 상념이 떨어져 나간다. 그와 함께 내 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내 주변을 감싸는 듯 느껴졌던 부정적 감정이 먹구름 흩어지듯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아침을 챙겨 먹여 아이를 보내고, 하루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직원에게 월차를 부탁하고는 나의 의 최연소 6세 친구를 만날 약속을 잡는다. 친구가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해주려 집 앞의 슈퍼에 들러 유부초밥과 당근 그리고 요구르트를 한 묶음 집어든다.
슈퍼에서 나와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초등학교 등교시간인 듯 어르신이 교통봉사를 하고 계신다. 그 모습이 예쁘고 감사해 요구르트를 하나 꺼내 건넨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너무도 감사해하시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보행 보조기를 밀고 오시는 어르신과 마주쳐 어르신께도 요구르트를 건넨다.
순간 부정적 기운이 털어져 나간 나의 빈자리에 스멀스멀 긍정적 기운이 차고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닐 작은 선행.
아, 나는 드디어 비법을 발견한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정적 생각과 기운이 날 채우고 나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갈 때
1. 운동, 즉 몸을 움직여 부정적 기운을 떨쳐낸다.
2. 작은 것일지라도 선행으로 긍정적 기운을 채운다.
잠시 후, (바뀐 흐름의 반영이 아닐까 싶게) 어제의 일을 사과하는 상사의 문자가 오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정중히 대응한다.
지금의 나는 밝은 기운의 방패를 획득했지만 아마 앞으로도 이런저런 나를 휘청이게 하는 일들은 나를 무력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삶의 비법 하나를 찾아냈기에 마냥 휘둘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만 살짝 알려주고프다, 이 비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