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달걀 같은 내 멘탈

계절성 우울 증후군 9

by 하란

떡볶이를 먹다 봉변(?)을 당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2차로 간 방어회집에서.

술이 좀 취하신 선배가 뜬금없이 날 보며 하신 말

넌 좀 쎄!

갑자기???!!!

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즐거웠던 분위기는 싸해지고, 안 그래도 약해질 때로 약해진 멘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외강내유’ 형의 인간이다.

겉으로 보기엔 사교성 좋고 얘기도 잘하고, 다소 큰 목소리(이건 타고난 거라 어쩔 수가 없다)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하는 성격.

이런 면을 보면 누가 봐도 사실, 얌전 및 참한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나는 보통 얘기하는 “쎈”언니로 통한다.


상대를 쎄다고 생각하면 일단 나를 대하는 상대방들의 언사가 강해진다. 나는 이 정도엔 상처를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또 하나,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들은 이런 “쎈” 여자를 싫어..아니 좀 불편해한다. 그리고 그런 불편함이 종종 술자리에서 드러나곤 한다.


문제는!

나는 속마음은 약하고 여려서 이런 상황들에 보통 사람들 보다도 더 많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모 선배는 ‘유리멘탈 정도도 안 되는 날달걀 멘탈’이라고 표현하셨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이런 나를 알기에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고분고분하던가,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질 말던가, 아님 맘을 좀 강하게 먹으라고.


고분고분은 할 수 없지만 표현을 부드럽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해왔고, 지금은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자칭 평가하고 있다.

맘을 강하게 먹는 건, 노력은 하지만 타고난 부분도 있고 쉽게 개선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럼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 정확히는 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내가 의외로 또 말을 잘 듣는 것도 있어서 지난주 병원에 갔을 때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란 의사선생님 말씀에 큰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있던 약속은 다 취소하고 꼭 해야 할 일만 하러 나가고 거의 집에 있었다.

그러다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간 자리였는데 그 지랄이 나버린 것이다.

- 선생님 말씀을 좀 더 잘 들을걸. (참말 명의다 명의!)


일종의 성격이라고 본다면, 성격을 바꾼다는 것.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리라.

이번 우울증을 통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이번 대방어 사태로 식음을 전폐하진 않고 나의 외강내유형 성격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난 외강내유인 '나'로 살겠다는 것.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약한 멘탈 덕에 정이 많고 맘이 약해, 내가 꽤나 다정스러운 사람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잘 알고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은 겉은 '쎄보여도 속은 그렇지 못한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지인 중 아니면 아니라고 얘기해달라.

그리고 사실, 나도 이런 내가 싫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남들의 평가가, 기준이 어떠하든 이게 지금의 나라는 것.


다만, 이번을 계기로 날 잘 알지 못하고 함부로 쉽게 평가하고 단정 짓는 사람들을 굳이 만날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 맘을 먹었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면 아 앞으로는 술 마시고 뛰어다니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배우듯이

- 비유를 해도 꼭...쯧

어쩌면 이것이 이번 우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올겨울엔 대방어는 패스다. 흥.


떡볶이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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