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는 부산에 살던 2000년 밀레니엄 때도 평소의 휴일과 같이 늦잠을 자고 일어났으니.
언젠가 딱 한 번 서울에 있던 친구가 해돋이를 보겠다고 남자친구까지 대동하고 오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광안대교로 해돋이를 보러 간 적이 있으나, 그저 사람이 많아 치이고 추워서 싫었던 기억뿐이다.
그저 그래왔듯 오늘 하루가 가고 다음 하루가 시작되는 것뿐인데,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해피뉴이어!!
고작 11시 59분 59초와 12시 사이의 일초에 왜들 저 난리 법석인 지 시끌 시끌한 세상이 그저 티비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도 마흔이 넘으니 그 일초 상관으로 더 늙어진다 싶은 생각에 괜스레 주름도 하나 늘어난 것같아, 연말연시라는 게 내게 조금의 의미를 가지긴 했으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의미인지라 해넘이 해돋이와는 여전히 무관하게 다음날이 휴일이라 늦게 자고 휴일인 1일은 좀 더 늦게 일어날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유난히 내 맘에 들지 않았던 한 해.
모든 나쁜 일들은 다가 올 좋은 일들의 준비물임을 굳건히 믿지만, 그건 좋은 일이 왔을 때나
'아 맞아. 이러려고 그 일이 있었던 거야'
라고 생각하는 뒷북 긍정이라, 힘듬의 한가운데에서 그냥 그저 온갖 부정적 생각들만 가득할 뿐이다.
여름에 전조를 보이다 가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울은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나를 더 깊게 끌어들이는 늪 같았고, 이제 내 주변 사람과 의사는 속여 넘길 수 있게 심상한 얼굴을 만들 순 있으나, 여전히 시시때때로 속울음 터지고 그저 지금은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
그리곤 어김없이 찾아온 올해의 마지막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청소를 하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그러다 갑자기 '내년엔'이란 단어가 머리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