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단정히 살아내기 위한 행동 지침

올해의 하란

by 하란

프롤로그

올해 5월이면 퇴직을 한 지 만으로 4년이 된다. 이제 법적으로도 만 나이를 사용한다고 하니, 나의 퇴직 후 인생의 새 시즌도 만 4세를 맞이하게 된다.

2019년 : 사회로 갓 나온 신생아처럼 모든 것이 처음인 양 신기하고 재미있어, 그저 편안히 하고 싶은 소소한 것들_여행, 걷기 마시기, 살 빼기 등등_을 즐김.


2020년 : 다들 술집으로 알고 있던 중고책방을 열고 닫음. 해보고 싶던 책방과 술집을 아주 발가락을 살짝 담그는 정도로만 경험했으나, 장사란 것의 어려움과 매력을 알았고 그 뒤 대부분은 떠나가고 몇몇은 남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회사 밖의 걸음마를 뗌


2021년 : 확장됐던 인간관계로 인해 붕 떠있던 시간과 그에 따른 추락, 그리고 치유를 위한 봄의 국토종주, 가을의 횡단. 종주와 횡단이라는 좋은 경험과 횡단을 글로 남기며 시작한 글쓰기, 확장된 인간관계의 정리와 교훈으로 내면적 성장의 발판을 다짐


2022년 : 갑자기 몰려든 봄날의 따스한 애정으로 들뜬 날들과 그만큼의 낙하로 깊어진 가을의 우울. 뿌리 깊은 내면의 결핍과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 계기.

그리고 올해,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생각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그동안 뭘 그리 열심히 했다 할 순 없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자!

-원래도 퇴직할 때 20년을 일했으니 10%인 2년 정도는 그냥 놀자고(계속 놀아서 안될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첫 해 반 달 정도만 제대로 놀았으니, 올 한 해는 푹 노는 걸로!


둘째, 단정하게 살자!

-나는 감정의 폭이 크고 그만큼 삶의 파고도 크게 사는 사람이다. 즐거운 땐 하늘만큼, 힘들 땐 저 심연의 깊은 바닥 속까지 떨어지길 반복하곤 하니 그 간극의 차이만큼 멀미로 삶은 늘 울렁이곤 한다.

올해는 즐거움도 약간만, 힘든 것도 약간만 그렇게 잔잔한 호수처럼 단정히 살아 내자.


그리하여 매년, 새해면 창대한 것이든 미약한 것이든_어차피 달성률은 미미 했지만_세우곤 했던 새해 목표를 올해는 만들지 않았다.

대신, 단정한 삶을 살기 위해 내비게이터까진 아니지만 너무 멀리 잘못 가진 않도록 해줄 나침반 정도의 삶의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 지침(指針)은 생활이나 행동 :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인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하여 주는 준칙


□ 올해의 지침


1. 약속 줄이기

- 사람들의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기에 만남 자체에선 삶의 태도나 방향에 대한 일종의 간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게 나쁜 면뿐 아니라 좋은 면이라고 한다 해도 너무 잦은 사람들과의 만남 내가 갈 길을 헷갈리게 하는 안개로 작용할 수 밖엔 없지 않을까.

1-1. 만남 약속은 1주일에 한 번만 잡기.

2-2.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일 이외의 콜백은 하지 않는다.


2. 절제된 돈 쓰기

- 퇴직을 결정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이자, 결정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돈이었다. 누구나가 그렇듯 살아갈 땐 돈이 필요하고 그것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이유이자 핑계가 된다. ‘돈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언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돈에 대한 계산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난 애초에 하고 싶은 것들이 그리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의 하루는 막걸리(혹은 소주 혹은 맥주) 한 병과 책, 가끔 술과 찰떡인 안주라면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기에 남들의 기준에선 한참은 떨어지는 돈으로 나름의 파이어족의 삶을 살 결심이 가능했다.

그동안도 어차피 써봐야 낭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름 방만하게 쓰고 다녔고(주로 술값), 돈쓰기에 대한 절제를 통해 좀 더 생활의 단정함을 더하고 싶었다.

2-1. 하루 만원, 주말 보너스 3만 원, 일주일 용돈 10만 원

2-2. 사고 싶은 것은 100만 원 이내에서

* 가능한 옷은 사지 않기. 있는 옷을 입고, 안 입는 건 버려서 반으로 줄이기.

* 쓸데없는 물건 늘리지 않기

2-3. 여행은 한 달에 한 번 연간 예산 100만 원 지원

* 교통비는 예외로 사용 경비만 차감

3. 건강 챙기기

- 설명할 필요도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본이다.

3-1. 식사는 단순하게, 먹고 싶은 음식은 일주일에 한 번 즐기자.

* 어느 순간 음식을 먹는 기쁨이 없어져 버렸다. 3일을 굶고 먹는 주먹밥은 세상 그 어느 고급 음식보다 맛있을 것이다. 한 달 만에 먹는 삼겹살과 소주의 즐거움, 두 달 만에 영접하는 소고기의 영롱함, 벼르고 별러 먹는 떡볶이와 치킨의 황홀함을 되찾고 싶다. 다이아몬드가 가지기 힘들기에 빛나는 것처럼. 더불어 평생의 과업인 다이어트도 슬쩍 달성해 보자.

3-2. 건강검진받기.


□ 에필로그

결과적으로는 단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은 관계와 생활의 단순화인 것이다.

중요한 건 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즉 올 해를 좀 더 단정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삶의 족쇄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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