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을 먹다가 엎질러 버렸다.
주르륵 빨간 국물이 흘러내리다 청자 다과 그릇이 담긴 상자를 덮쳤다!
몇 달 전 어딘가에서 기념품으로 받았는데 쓰기엔 너무 고와 선물해야지 하고 고이 모셔만 두었던 그릇.
나무 상자 결사이로 곱게도 물든 빨간 국물을 보다, 이제 선물하긴 글렀다 싶어 포장을 풀고 꺼냈다.
예쁜 그릇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곱고 예쁜 것은 지금.
지금 쓰고, 지금 보고 지금 즐기자.
내 생은 엎질러져 버린 라면 국물처럼 되돌아오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