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와 배려 속에 핀 로컬 기업의 매력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기운이 넘치는 용의 기운을 받아 2024년에는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인 순탄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024년 1월의 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어떠신가요?
지난해 동안 우리는 버티며 지출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고정비를 줄이는 것도 고민이지만, 새로운 지출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 하려는 고민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지출 중 하나가 HR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채용하는 것부터 머물게 하는 것 그리고 퇴사하는 전 과정까지 없던 비용들이 지출되거나 그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상황입니다.
로컬에서도 HR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HR에 대한 비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여 충분히 효과를 볼 만큼 비용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지출에 대한 부분을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하는 2024년인 만큼 HR분야에서 비용이 확대되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HR의 비용, 특히 채용, 조직 관리, 회사 브랜드, 온보딩 등에 더욱더 적극적인 지출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 청년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직업과 회사를 결정하는 청년에게 다양한 기준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 중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직업과 회사일 것입니다. 주변 사람에 의해 청년은 직업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추천을 받고, 선별을 하게 됩니다. 그 정보들은 꽤 상세하고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다른 것을 살펴보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됩니다.
� 기업 내부의 찐 이야기,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모여 정보가 되는 세상
이와 비슷하게 로컬 기업에서도 ‘OO학교 출신만 채용한다’는 암암리에 떠도는 카더라 뉴스가 있습니다. 그 카더라 뉴스가 얼만큼 맞을지 알 수 없지만, 뉴스가 떠도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학교 학과 학생들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 기준에 가장 부합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 회사에 있는 선배가 학교 후배에게 채용 공고를 직접 알려 정보가 무척 상세하고, 신뢰로워 후배들의 지원율이 높아 입사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또는 선배가 후배를 추천하여 같은 조건의 지원자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추천한 지원자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랬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도 얼마만큼은 위 방법이 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부모 역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녀들의 행보가 이어집니다. 기성세대는 “저런 것이 일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심지어 ‘불쉿잡’ 이라는 말처럼 무의미한 일로 돈을 버는 세상이 왔습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청년
청년이 본 부모는 참 고단해 보입니다. 부모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현재를 갈아 넣습니다. 주변 직장인들은 불행해 보입니다. 출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퇴근하는 시간은 문서로만 존재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산 직장인의 덕은 회사와 윗사람에게 이관 됩니다. 온몸을 불싸지르며 일을 했지만, 언제든 대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완전하며, 어디든 기댈 곳이 없습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회사, 사회, 국가가 아닌 오롯이 자신입니다.
그래서 결심합니다. 직장과 연결된 긍정적 단어가 없기에, 끊임없이 일과 삶을 분리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합니다. 자신을 위한 삶을 스스로 탐색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불안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과 ‘견딘다고 미래가 보장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나름의 합리적인 의심 속에서 새로운 그들의 개념이 생겨납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하겠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다’, ‘조직에 있고 싶지 않다’와 같은 이유로 *긱워커가 되려는 청년이 탄생합니다.
*(긱워커 :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일을 맡는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
긱워커를 선택하는 청년들 중 ‘*프리터족’은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생각합니다.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 아르바이트에 익숙해져 취업을 할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프리터족 : 정규직 취업보다 비정규직 알바로 일하는 사람)
이러한 상황들은 기업에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신입은 취업의 시기가 지체 되는 현상을 야기하고, 경력직은 조직을 이탈하는 현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희망보다 생존 전략 ‘갓생’
답답해 보이는 청년이지만, 어느 시대보다 치열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고, 체크하고 누구보다 자신의 일상을 끊임없이 경쟁에 노출합니다. ‘인증샷’으로 알찬 하루의 조각들을 SNS에 실시간으로 게시합니다. ‘미라클 모닝’, ‘오운완’, ‘마법 일기’, ‘현금 챌린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은 ‘*갓생’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갓생 : 신이라는 뜻의 '갓(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단어로 신과 같은 삶을 뜻하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니라 '과정적으로 부지런히 사는 삶’)
청년은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물경력’이 될까 두려워 끊임없이 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본능입니다. 워라밸을 추구하지만, 퇴근 이후 무엇인가 배우려는 것도 다른 수익을 늘리려는 것도 같은 본능입니다.
*(물경력: 별다른 차별점이나 전문성이 없고, 채용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력)
무엇 하나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 경쟁 속에서 이상적인 목표, 성공에 지칠 수 있습니다. 불안한 환경을 탓하며 머물기도 하지만,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소소한 과정의 성취감을 얻는 문화가 형성되어 그들의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습니다.
투명한 사회 속, ‘찐 정보’
자신의 일상 공유는 점차 사용하고 경험한 모든 것으로 확대 됩니다. 실시간 리뷰와 댓글로 소통한 흔적들은 무엇이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장을 만듭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전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는 것은 실행하기 전 기본 루트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얻었던 정보의 한계성은 더 쉽고 다양하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 되었습니다. 더 이상 부모님, 선배, 주변인의 조언은 영향력이 줄어듭니다.
실시간 리뷰와 댓글은 구직 현장에서도 이어집니다. 면접 후기, 취업 후기, 현직자 브이로그 등 궁금해 하는 진짜 내부 이야기를 가감 없이 공유하고, 너무 높은 평점은 메이킹 된 것인지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 생각들을 찾게 되고, 그 중 나와 생각이 비슷한 경험자의 사례를 맹신하기도 합니다. 또는 많은 리뷰와 댓글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종합적인 평을 유추 합니다.
잘 만들어진 기업 홍보 자료들은 SKIP의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무플보다 악플이라는 말처럼 언급되지 않는 회사들의 정보는 그들이 알 길이 없습니다.
서사를 통한 영입, 머물게 하는 힘
코로나 이후 로컬 기업에서도 채용 공고 지원률이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적격한 대상자를 찾지 못하게 되자 공고의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졌습니다. 혹여나 공고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면 지원자에게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까봐 내리는 기간 또한 고려하다 보니 3개월 안에 끝낼 채용이 1년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렇다 보니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청년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그들은 어딜 가지 않았습니다. 청년이 줄어들고 있는 영향도, 당장 취업하지 않으려는 영향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로컬 기업은 어필 되지 않는 기업일지도 모릅니다.
로컬 기업들은 연봉에 손을 대어 봅니다. 근무시간, 복지, 조직 문화 등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건드려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은 오질 않고, 떠나갑니다. 기업은 청년이 원하는 만큼 해줄 여력이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그러나 청년은 돈이 중요하지만, 돈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IT기업 중심으로 해고의 바람이 불면서 대퇴사의 시대도 저물었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동을 최대한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시기에 예전처럼 연봉을 높이는 것은 꿈 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거품이 빠진 시기에 더욱더 그들이 임금 이외에 바라보는 것은 자신과 방향이 맞는 회사, 성장 할 수 있는 회사, 소모품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회사 등을 찾습니다. 그들은 ‘원칙’을 중요시하는 겉모습과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내면이 공존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소속감은 회식, 조직 중심이 아닌, 회사의 서사, 비전, 방향을 통한 함께 할 이유입니다.
직장인에게 소속감과 명분은 사실 돈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부여입니다. 자신의 일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이 빈약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성장한다는 서사가 희미할 때, 숫자의 무한 비교에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송길영 저서 ’시대예보’ 中)
로컬 기업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GS25 대기업에서 MZ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진 ‘갓생기획’은 그들의 업무 방식과 소통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몸집이 큰 대기업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사례는 충격적이었고, 혁신적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쉽지 않다’는 여러가지 이유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비단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서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업만이 가진 스토리를 담아 회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점차 디지털화 될 수록 인간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로컬 기업 중에서도 조금씩 기업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함께하는 구성원들과 교류하고 고민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함께 하고자 모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우린 이 방법을 더욱 모색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요즘 청년은 다르다고,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것보다 함께 호흡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투명 사회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청년은 남고 싶어합니다. 좋은 회사에.
좋은 당신의 회사에 서사와 배려를 청년에게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위 글은 오달레터로 배포되는 글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풀 버전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arp-buffet-b45.notion.site/2024-01-e7375e7e9b844cd2a8818cdd3014ae3b?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