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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Dec 14. 2022

8. 목욕 하기 대작전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어

비와 햇볕이 왔다 갔다 하는 , 홍시와 자몽이는 잔뜩 진흙을 밟으며 햇살 같은 얼굴로 무려  시간이나 산책했다. 홍시와 자몽이는  냄새와  냄새를  없이 맡으며 공원을 마구마구 뛰어다녔다. 반가운 사람들과 친구를 맺은 강아지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무척이나 행복한 산책시간을 보냈던 하루였다. 하지만 홍시 자몽, 이런  산책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지? 홍시와 자몽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말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은 목욕하자, 홍시 자몽”

 홍시와 자몽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아마 목욕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건강하고 예쁘게 오래오래 살려면 목욕을 잘해야 해. 그래야 착한 강아지란다, 홍시 자몽

“얘들아, 이제 물에 들어가자 “

 말에 깜짝 놀란 홍자 형제는 어느새 찰떡같이 붙어있던  곁을 떠나  멀리 탁자 밑에 숨어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건강하려면 목욕해야 해. 만약 너희가 목욕을 하지 않으면 꼬마 단골손님들이 너희를 안아주지 않을걸? 왜냐! 너희들 몸에서 꼬순내가 너무 심하게 나기 때문이야”

 내 말에 설득된 홍시 자몽이는 결국 욕실로 들어온다. 먼저 강아지들에게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 약간의 물을 채운 욕조에 홍시와 자몽이를 넣고 천천히 물을 강아지 등에 뿌려준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어느 순간에 홍시와 자몽이는 긴장이 풀려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얻은 상태에서 목욕을 시작할  있도록 부드럽게 마사지해주기를 반복하면 결국엔 샴푸 하기  좋은 상태로 털이 물기를 머금은 상태가 된다. 먼저 차분한 자몽의 몸에 거품을  샴푸를 열심히 문댄다. , ,  , 다리 등은 손으로 한번 씻겨낸  항문낭을 짜고 꼬리와 엉덩이 부분을 씻긴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샤워용 강아지 빗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한번 빗긴  얼굴 부분은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히 고양이 세수를 시킨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욕조에 다시 넣어놓고 이제 홍시로 넘어간다.

홍시는 물에 대한 겁이 많아서 뽀뽀를 많이 해줘야 한다. 홍시도 자몽이와 똑같은 순서로  진행하되, 항문낭이 많이 나오는 편이므로 직전에 욕조 물을 빼서 항문낭 악취 파티가 퍼지지 않도록 만든 ,   정도 항문낭을 짠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전체적으로 홍시와 자몽이를 헹군다. 샤워기 소리에 놀라지 않게 수압을 조절하고 온도조절에 유의하며 , , , 다리 등등 홍시와 자몽이의 온몸을 깔끔하게 헹궈낸다.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하다가  옷에 물이  많이 묻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이도 중 자몽, 난이도 상 홍시! 두 마리 샤워시키기 대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이제 대망의 난관 ‘털 말리기’가 남아있다. 강아지용 대형 수건으로 아이들을 1차로 말린 후, 2차로 헤어 드라이기를 약간 멀리 떨어뜨려 온도와 풍량을 조절하여 아이들을 말리기 시작한다. 눈에 가까이 대면 각막이 벗겨지고, 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항상 멀리서, 부드러이 손을 대어가며 말려주어야 한다.

 “홍시 자몽!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드라이룸을 살게!”

 제대로 말리기 시작하면 납작했던 아이들이 점점 뽀송뽀송해지기 시작하며 털 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관문 하나가  남았다. 바로  청소와 양치 필름 붙이기-! 자몽과 홍시 순서로  청소를  , 별칭으로 다시마라 부르는 양치 필름을 붙이면 홍시 자몽이는 제대로 삐치기 시작한다.

 보송보송, 빵실 빵실, 통통 해지는 홍시 자몽이에게 간식을 주며 엄마가 목욕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마음 풀어달라고 말하지만 귀만 쫑긋거리고 옆으로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10분만 지나면 바로 옆으로 와서 엉덩이를 대고 자니까. 이 납작 만두쿵 녀석들! 너희를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내 마음을, 너희는 알까? 그래도 목욕은 꼭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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