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월급 주는 날이 가장 무겁다

수익은 흔들려도 월급은 고정되어 있다

by 브랜들리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무게 중 하나는 월급을 주는 날이다.
직원으로 일할 때는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날이었다. 기다려지는 날이었고 정해진 날짜가 되면 급여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대표가 되고 나서 그 날짜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월급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약속한 책임이다.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 대표의 역할이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매달 상황이 항상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밀리기도 하고, 결제가 늦어지기도 한다. 예상했던 매출이 계획대로 들어오지 않는 달도 있다.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급여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은 생활이다. 누군가에게는 집세일 수도 있고, 생활비일 수도 있고, 가족을 위한 돈일 수도 있다. 그래서 월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연결된 돈이다. 그래서 대표에게 월급을 주는 날은 늘 가볍지 않다. 회사의 상황이 어떻든 약속한 날짜에는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자리 잡는다. 사업은 결국 일정기간 어떤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점이다. 디자인 회사라고 해서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젝트를 따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대표는 매달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다음 달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지금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회사가 작을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제때 지급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다. 회사가 작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때가 되면 당연히 받은 월급이 누군가에게는 무게였다는 것을 느꼈다면 보다 성숙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 무게를 감당하며 버텨 온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켜내느라 애쓴 스스로를 인정해 준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서툰 리스크 관리와 인사 관리, 재정 관리로 사업의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여전히 임금을 걱정하고 있는 스스로를 부족하고 못난 사람처럼 여기며 자책하곤 했다.


스스로조차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라는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지, 그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굽이굽이 지나오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사람은 흔들림 없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16년이 된 지금도 나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길인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흔들지만, 동시에 나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멈추지 않는다. 선구자처럼 길을 여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오늘도 내 앞에 놓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렇게 걸어온 시간이 어느새 또 하나의 길이 되어 있다.


그 길 위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와 시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결과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면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무게 또한 대표라면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책임을 선택하는 사람. 대표.







대표의 책임 점검 체크리스트

□ 나는 여전히 방향성과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가?
□ 대표라는 자리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가?
□ 회사와 시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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