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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Sep 01. 2024

잊고있던 소중한 감정, 환희

밀도 높은 기쁨, 환희

환희란 우리가 희망했던 것보다 더 좋게 된 과거 사물이 동반된 기쁨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환희는 소중한 감정이다. 기쁨 중에서도 순간적인 밀도가 매우 높다. 


우리는 환희를 언제 느낄까? A라는 것을 원하지만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을때, 그리고 그걸 얻게 되었을때 우리는 환희를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원했는지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환희의 밀도가 다르다.


최근에 살면서 환희를 느꼈던 순간을 글로 쓴 일이 있었다. 내가 환희를 느꼈던 순간은 직장에 취업을 했거나 사업할때 투자를 받았거나 주식으로 돈을 벌었을때가 아니었다. 환희의 순간을 돌이켜봤을때 그런 기억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환희를 느꼈던 순간은 대학교 1학년때 좋아하는 누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성공했을때,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고 후배에게 좋아하던 후배에게 고백을 받았을때,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마음졸이면서 한 고백이 성공했을때였다. 




내가 환희를 느꼈던 순간들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얻었을때였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내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대학교때 좋아했던 선배, 복학하고 만났던 후배, 그리고 여사친 모두 내게 큰 기쁨을 주는 존재였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만나고 싶었고 데이터 신청에 성공했을때 환희를 느꼈다. 주식, 취업 등은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원하지 않았거나 사회적 시선에 따라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성취를 했더라도 크게 환희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언제 환희를 느꼈는지를 돌아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반대로 내가 어떤 것을 얻었을때 환희를 느꼈는지를 돌아보면 그것이 내가 진짜 원했건지 아닌건지도 알 수 있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30대가 넘어가면 환희라는 감정을 잊고산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알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집안일, 가족, 경조사 등등 대부분의 일상이 의무로 가득찬 생활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얻기 위해서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현실에 치여서 우리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을 놓치고 살며 환희라는 감정도 잊고 산다. 두 번째는 두려움이다. 환희라는 감정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지만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 불확실성은 실패했을때 고통과 괴로움을 준다.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그 고통을 생각하면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살면서 이런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이 너무 괴로웠던 기억때문에 자신이 최고로, 정말로 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실패로 인한 고통이 두려워 적당히 타협해서 내가 큰 실패없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탐한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것들은 자신이 최고로 원한건 아니었기 때문에 큰 환희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소소한 기쁨을 느끼거나 오히려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는 슬픔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언제 환희를 느꼈는지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환희를 복원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직 30대, 40대밖에 안됐는데 '이제 환희는 옛날 감정이야. 내가 느끼기에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는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우리에게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시간이 지났을때 진정으로 환희를 느낀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느꼈던 환희는 우리가 진짜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환희를 더 이상 내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말자. 과거의 나만 느낄 수 있는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말자.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환희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생생히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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