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흔한 오해가 있다. 사랑은 관계 그 자체라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사랑은 관계가 아니라 감정이다. 관계는 사랑의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사랑일 수 없다. 관계 그 자체를 사랑으로 여기면 연인, 부부라는 이름 안에서 사랑은 서서히 종식된다.
오래된 연인들이 관계가 지속되고 안정되면서 관계 그 자체를 사랑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미 3년이나 사귀고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거야", "3년이나 만났는데 어떻게 계속 잘해줘. 이미 우리는 잘 만나고 있잖아.", "부부는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신경을 예전처럼 쓸 수 없어. 미래를 생각해야지"라는 말들을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관계가 오래되고 안정되면서 관계 그 자체를 사랑이라 생각하고 서로의 감정, 서로에게 기쁨을 주려는 노력을 등한시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연인들의 관계는 공짜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의 기쁨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관계가 만들어 진 것이다. 관계의 근원인 기쁨과 사랑이 사라졌을 때 '연인', '부부'라는 이름표는 언제든 쉽게 빛이 바라고 떼어질 수 있다.
오래된 관계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을 때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고 있는지, 혹은 관계라는 이름 아래에서 안주하고 있는지 돌이켜봐야한다. 그리고 감정이 안 보이고 관계만 보이게 됐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아프게 물어야한다. 나는 아직 연인을 사랑하고 있는지, 정말로 나의 연인을 사랑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