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은 사랑을 왜곡한다
의존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다.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존은 사랑이 아니다. 의존은 사랑을 왜곡한다. 의존은 사랑의 시작단계에서도, 사랑의 중간에서도, 사랑의 마지막 순간도 많은 문제를 만든다. 의존은 왜 사랑을 왜곡하는가?
의존은 어떤 사람,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혼자서 경제활동이 안되는 사람이 돈이 많은 배우자를 찾는 것, 외로움, 불안 등의 이유로 혼자서 생활이 안되는 사람이 자신의 옆에만 있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 사랑보다 필요가 앞선 경우이다. 필요해서 사랑을 시작한 경우 처음에는 기쁨이 있다. 결핍이 해소됐을 때 느끼는 기쁨이다. 이 기쁨의 크기가 작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인한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필요가 채워진 이후에 나타난다. 돈이 없어서 부자를 만난 사람, 외로워서 계속 옆에 있어 줄 사람을 만난 사람은 결핍이 채워지면 본인이 하고 있는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를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만약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니라면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일어난다. 이럴 때 외도가 일어날 수도 있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지 않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상대를 내게 맞게 바꾸려고 할 수도 있다.
의존적인 사랑의 또 다른 문제는 사랑을 금방 종식한다는 것에 있다. 의존적인 사람은 혼자 못하는 것이 많기에 상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했을 때 쉽게 서운해한다. 본인의 필요를 상대가 다 충족시켜주기를 바라며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항상 약자이며 보살핌을 받아야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기대와 서운함,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의존은 상대에게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것인지, 혹은 필요로해서 내 옆에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진짜로 사랑하는 이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이 아닌 필요로 내 옆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의존적인 사랑의 문제는 이별에서도 나타난다. 서로의 사랑이 끝났음을 알았을 때, 서로가 주는 기쁨보다 슬픔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의존적인 사람은 이별하지 못한다. 그 사람이 필요해서 만났기에 사랑이 끝나도 떠날 수가 없다. 슬픔이 많아진 관계에서도 떠나지 못할 때 둘은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렇게 서로에게 받은 상처로 온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이별하게 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며 이별하는 것, 이게 의존적인 사람의 비극적인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