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보통 시장 중개자로 시작된다. 만나기 어려운, 흩어져 있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하나의 플랫폼에 묶어서 연결을 용이하게 해주는 역할로 시작된다. 그 와중에 결제 모듈을 제공하기도 하고, 공급자들의 상품을 수요자들이 잘 볼 수 있게 보기좋은 메뉴판(UX/UI)를 제공하기도 한다. 조금 더 역할을 확장하면 기존에는 공급자들이 수요자들에게 각자 상품을 보내던 것을 플랫폼이 대신하여 배송해주기도 한다.
시장 중개자로서 시작했던 플랫폼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시장 지배자가 되어간다. 처음에는 수요자는 공급자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공급자 또한 수요자를 쉽게 만날 수 있기에 플랫폼에 입점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 플랫폼 내에서만 주로 구매와 판매를 하다보니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진다. 나중에는 플랫폼이 없으면 공급자는 판매를 할 수도 없고, 수요자 또한 플랫폼이 주는 편리함과 익숙함 때문에 플랫폼 외에서는 구매를 하지 않게 된다. 시장 중개자에서 시작했던 플랫폼은 시장 지배자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시장 그 자체가 되어간다.
시장 지배자가 된 플랫폼들은 본격적으로 여러가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선 그들의 핵심 수익모델인 수수료율을 인상한다. 시장 중개자일 때는 공급자를 입점시켜야되기 때문에 무료, 혹은 낮은 수수료율로 공급자들을 유혹한다. "저희는 거래에서 거의 가져가는게 없어요. 최소한만 가져가요." 라고 말하며 공급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시장 지배자가 되어 그들의 힘이 개별 공급자들보다 강해진 뒤에는 보란 듯이 수수료율을 올린다. 그러면서 불만있으면 나가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공급자들은 이제 플랫폼 없이는 판매가 힘들기에 높은 수수료율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 배달의민족, 쿠팡 모두 시장 지배자가 된 뒤 지속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이제는 포장주문 건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는 PB상품 출시이다. 플랫폼들은 수많은 거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에, 어떤 상품이 어떤 시기에 잘 팔리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은 상품 중개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릴만한 상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판매를 한다. PB상품은 그들에게 마진율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않기에 자신들 플랫폼만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혹은 마진을 포기하고 아주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미끼상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들의 PB상품 판매 때문에 기존에 비슷한 물건을 팔았던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 그동안 플랫폼에서 판매를 하며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화살로 돌아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거래대금 지연정산이다. 이는 여러 플랫폼 중 쿠팡이 가장 문제이다. 쿠팡은 크게 2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사입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로켓배송 마크가 붙어있는 물건이고, 두 번째는 판매자 로켓이나 아무 마크가 안 붙어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직접 사입해서 판매하는 경우 쿠팡의 정산주기는 구매 후 60일이다. 판매자에게 상품을 구입 후 60일 뒤에 대금을 지급한다. 이는 현재 법정 대규모 유통업자 직매입 상품 대금 지급 기한을 꽉 채운 날짜이다. 어쨌든 법에서 정해놓은 기한은 지키고 있다고 말하면 따로 할 말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두 번째이다. 직접 사입한 상품이 아니라, 단순 중개만 하는 상품의 대금정산도 쿠팡은 매우 느리다. 이 또한 조금 복잡하게 정산구조를 짜놨는데, 대략 전체 정산금을 다 받으려면 45일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직접 사입하는 상품이 아닌 단순 중개만 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정산이 늦게 이루어지는 건 전혀 근거도 없고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다. 단지 쿠팡이 본인들의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쿠팡의 늦은 대금정산 때문에, 소규모 판매자들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여 매출채권을 담보로 단기 대출을 받는다. 쿠팡은 줘야 될 돈을 늦게 줘서 이자수익을 보고, 소규모 판매자들은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늦게 받아서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 밖에도 플랫폼은 여러 영향력을 행사한다. 플랫폼 내에서 광고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자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를 못하게 하는 독점권을 요구한다던지, 본인들의 플랫폼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라는 가격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본인들이 만든 환불 정책을 판매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따르지 않으면 퇴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이 정한 정책에 판매자들은 일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이 시장 지배자가 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편이다. 돈을 쓰는 주체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묶어놔야 비지니스가 유지되고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들은 일정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공급자들을 쥐어짜고, 그 몫의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나눠준다. 하지만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도달하고 소비자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커졌을 때 플랫폼은 이제 소비자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미끼상품이었던 PB상품의 가격을 점점 더 올리고, 소비자 친화적이었던 환불정책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소비자들에게 주던 혜택들을 점점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다. 쿠팡은 와우멤버쉽 가격을 한 차례 올렸고,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배달의민족도 언젠가 쿠팡이츠와의 경쟁이 끝난다면 배민멤버쉽 가격을 올릴 것이다. 지금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플랫폼이 힘이 강해질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다.
플랫폼은 본인들의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이 좋아져서 시장 지배력이 올라갔다면 더욱 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들이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가끔 취하는 친화적인 태도는 단지 제스처일 뿐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며, 그들의 착취를 작은 사회적 기여 행위 뒤에 숨기는 것일 뿐이다. 언제나 그들은 상생보다는 이익이 먼저이며, 그들의 착취 행위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더이상 살아남기 힘든 바로 그 앞에서 멈춰진다. 그 선을 아주 섬세하게 잘 맞추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비지니스의 예술인 것이다.
플랫폼은 이제 단순히 시장 중개자가 아니라 하나의 큰 권력이다. 그리고 그 권력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있다. 이제는 다시 그 권력을 해체하고, 각자의 힘을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