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과감하게 퇴사를 한 뒤, 7개월이 흐르고 올해 6월에 다시 입사를 했다. 아직 실업급여가 나오고 있었고 간단한 알바도 하고 있었기에 다시 입사가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먼저 입사 제의가 왔고, 좋은 분위기에서 다니던 회사이고 직무도 예전에 했던 일과는 다른 직무였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회사를 안 다니던 지금도 좋았기에 고민이 됐다. 너무 빨리 회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혹은 이 제안을 거절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됐다. 일주일정도 고민을 하다가 전직장 선배에게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왠지 이번 제안을 거절하면 나중에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아직 내가 회사 생활에서 소진을 덜 했다면,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는다면 회사에 돌아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직장의 재입사 제안을 승락하고 나는 7개월만에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처음 회사로 돌아갔을 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7개월간 거의 혼자 지내며 사람들을 못 만나서 일까, 혹은 오랜만에 전직장 사람들을 만나서일까, 퇴사하고 교류도 없었던 관계였지만 처음에는 반겨주는 사람들이 반가웠고 고맙기도 했다. 평소에 사람들을 만나거나 대화 나누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하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7개월을 대부분 집에서 보내면서 외롭고 사람이 그리웠구나 싶었다.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길게 쉰 것도 아니였고 수입도 계속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에 복귀하니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다.
회사에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뒤 다짐한 첫 번째는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직장생활을 돌아봤을 때 회사생활 중 최선을 다한 시기가 너무 짧았다는 것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만두니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를 돌아가니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회사 일을 최선을 다하면 더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었다.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서 다 쓰고 와야했기에 퇴근 후 내 삶을 전혀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닐바에 차라리 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 일은 하나를 끝내도 다음 일이 끊임없이 주어졌기에, 주어지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에 갇힌 꼴이 되는 것 같았다.
당장 퇴사를 할게 아니었기에, 어떻게 하면 회사생활을 슬기롭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회사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내 생활이 없었고, 회사 일을 너무 대충하면 회사 생활이 지속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B급 인재가 되기로 했다. 모든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A급 인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을 다 대충해서 C급 인재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일을 적당히, 중요한 일은 에너지를 어느정도 쏟지만 그 밖에 일은 적당히 툭툭 처내는 식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일하니 퇴근을 해도 에너지가 남았기에 철학공부, 글쓰기, 드럼 연습 등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B급 인재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 진 모르겠다. 목표가 회사를 다닐 땐 언제나 B급 인재로 다니는 것이지만 마음처럼 안 될 때도 있다. 회사에서 어려운 일이나 많은 일이 주어지면 대충, 그리고 빠르게 일을 처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리를 끙끙 싸매며 일을 해야될 때도 있었고, 밤과 주말까지 일을 하며 내 시간을 써야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가 되면 회사 생활이 내 시간을 너무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금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나는 다시 돌아온 회사에서 시간들을 잘 축적할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퇴사를 하더라도 내 삶을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지금 주어진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요즘 가진 가장 큰 숙제이자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