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보면 현재 대표에게 종종 강요받는게 있다. 거래처와 같은 파트너사에게 갑질과 비슷한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더 받아낼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우리가 이득을 더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계속 압박해서 다음 번에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게 사전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종종 한다. 미리 합의한 사항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그것을 깨고 더 요구한다. 그 요구가 무리한 요구라고 말하면, 대표는 너희가 순진해서 그런 것이라며 더욱 더 독한 독사가 되라고 말을 한다.
비지니스에 명확한 정답은 없지만 분명 어느 선이 있다.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선, 상대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이 있고 그 선을 찾아서 서로가 합의를 한다. 서로가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선은 지켜야되는 것이 비지니스 관계이든, 인간적인 관계이든, 사회 전체이든 지키야 한다. 그것이 여러 명이 같이 사는 방법 중 하나일테다. 하지만 대표는 미리 합의한 약속을 손쉽게 뒤집어버린다. 우리 회사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여 손쉽게 약속을 엎어버린다. 그것을 갑질과 폭력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첫 번째로 곤란한 사람은 거래처의 담당 직원이다. 거래처 담당직원은 우리의 무리한 요구를 정리해서 본인의 회사에 전달해야하고, 본인 회사로부터 이 상황들을 정리해서 오라고 요구받는다. 힘이 없는 일개 직원이 중간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란 매우 힘들다. 우리 회사로부터의 압박, 이 상황을 정리해오라는 본인 회사로부터의 압박 사이에서 항상 힘들어하고 지쳐가는 상대방 직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대표의 무리한 요구는 거래처 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들도 힘들게 한다. 양심이 있는 직원들은 대표의 요구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명확히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의 지시때문에 거래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곤란한 마음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심한 직원들은 자괴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다.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내다 온 대표는 아마 사람을 쪼우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의 안위와 이익 따위는 손쉽게 무시해오며 살았을 것이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이익을 뺏으며 살아왔기에 그 자리까지 올랐을 것이고, 그 방법을 의심없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본인들 직원에게도 미리 맺은 약속을 깨고 상대방의 이익을 아무렇지 않게 뺏을 수 있는 독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타인, 약자를 약탈해서 본인의 이익을 취하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끝까지 그런 삶의 방식으로 살아서 결국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만 잘 살게 될까?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만 잘 살고 타인과 잘 지내려고 노력한 사람들은 잘 못살게 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이 언젠가 대가를 치르고, 타인과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 아닐까. 그런 사회가 언젠가 오기를,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