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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배우며 생긴 안 좋은 습관

by 강명철

좋은 스승과 친구들을 만나 철학을 배운지 3년정도가 되어간다. 철학을 배우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세상과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던 내 삶에 하나의 중심이 생겼고 전보다 흔들림이 적어졌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멀지만 철학을 배우기 전보다 삶이 조 금 더 풍요로워졌고 무엇보다 잘 살려고 노력한다는 점, 그리고 방향이 달라진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마음에 드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학을 배우고 생긴 안 좋은 습관, 고쳐야될 습관이 하나 생겼다. 철학은 어떻게 보면 매우 엄격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고 그른지를 강하게 알려준다. 삶의 방향을 가르키고 기준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 방향과 기준에서 벗어나면 뭔가 잘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그 방향과 기준에 놓고 잘 살고 있는지 안 살고 있는지를 계속 살피며 살게 된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는 없다. 내 삶을 성찰을 할 기준이 생긴 것이고, 성찰이 부족하면 더 하면 되고 과하면 조금 쉬거나 멈추면 된다. 하지만 그 기준을 남에게 들이댈 때,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기준('철학적 삶')을 들이댈 때 문제가 된다. 나는 철학을 배운 뒤 '철학적 삶'이라는 기준을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게 갖다대었다.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돼",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성실하게 살아야돼" 등등 철학에서 배운 것들을 내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 갖다대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옳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라 판단하였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라고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강요했다. 어느샌가 나는 철학 폭력배가 되어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내 삶에 기준이 생겼다면 그 기준에 따라 내 삶을 잘 살피면 된다. 내 삶 먼저 그 기준에 따라 잘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철학적 삶'은 어렵기에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지 엄격하게 성찰하고 노력하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든다. 스스로 '철학적 삶'을 잘 지키고 살려면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틈이 없다. 내가 아마 가까운 사람들에게 '철학적 삶'을 강요한 것은 내가 제대로 그렇게 살지 않고 있고, 정말 열심히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기에 쉽게 강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또 혼자 '철학적 삶'을 살기가 어려워 함께 그렇게 살자고 강요를 했던 것 같다.


남에게 잘 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내 삶을 잘 사는 것은 어렵다. 말은 언제나 쉽고 행동은 언제나 어렵다. 타인에게 엄격한 것은 쉽지만, 자신에게 엄격한 것은 어렵다. 하지만 '철학적 삶'은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다. 말보다 행동을 우선시 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해야한다. 자신의 삶은 엄격하게 성찰하고 수행하며 살지만 타인의 삶은 자비롭게 바라보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철학적 삶'이다. 한번에 되기는 어렵겠지만 '철학적 삶'을 살기를 포기하지 말자. 조금씩 더 늘려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금 성찰하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자. 그렇게 멈추길 포기하고 조금씩 걸어가다보면 어디엔가 가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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