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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Jul 24. 2023

스타크래프트를 잘하고 싶었다.

나의 학창시절에 가장 유행했던 게임은 바로 스타크래프트이다.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은 민속놀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게임을 안하는 사람도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남녀불문하고 스타크래프트를 대부분 한번씩은 해봤다.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때이다. 아버지가 당시에는 값비싼 노트북을 집에 사왔었고 그 노트북으로 처음 해본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였던 것이다. 나와 스타크레프트와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건 중1부터였다. 중학교때 새로사귄 친구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었고 나도 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친구들 무리는 4명이였고, 그 중에 나는 스타를 제일 못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남자아이들의 특징이 무엇이던가? 공부 못한다고 놀리는건 아무런 타격이 없어도, 게임못한다고 하면 발작을 하는게 남자아이들의 특징아니던가?


나는 게임을 지면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났다. 특히 나보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스타를 지면 분해서 잠이 안오는 지경이었다. 어떤 날은 한 친구에게 장기전까지 간 끝에 다 이긴 게임을 역전패하고는 창피하고 분해서 다음날 학교를 결석을 한 기억이 있다. 이때 느낀 굴욕감나는 다른 부분에서는 승부욕이 강한 편이 아니였는데, 유독 스타에서는 승부욕이 강한 편이었다. 아마 내가 좋아했고, 내가 속해있는 무리에서 스타가 꽤 비중을 차지하는 놀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몇번의 쓰라린 패배를 겪은 이후에, 나는 더이상 스타크래프트에서 1:1을 하지 않았다. 패배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고, 그 느낌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는 계속 하고 싶었기에 1:1을 안하고 2:2, 3:3등 팀전을 전문적으로 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생긴 문제점이 있었다. 스타는 개인전이던 팀전이던 많은 연습과 경험을 통해 손속도, 컨트롤, 운영, 판단 등 여러가지 능력일 키워야 잘 할 수 있는 게임이다. 특히 이런 능력치를 올릴려면 팀전보다는 1:1 게임을 많이 해서 경험을 쌓아야된다. 그래야 실력이 늘고 1:1이던 팀전이던 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혼자 패배했을 때의 괴로움이 싫어서, 그나마 져도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나눌 수 있고 종종 친구 탓을 하며 패배감으로부터 회피하였다. 나는 안락한 방법으로, 우회로를 택해서 게임실력을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생도 정직하다고 하는 판국에 게임은 어떻겠는가, 나는 우회로를 택한 만큼 게임에 쏟은 시간에 비해 실력이 늘지는 않았고, 내가 당시에 목표했던 팀플레이어로써의 실력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 인생에 우회로는 없다. 내가 스타실력을 올릴 마음(욕망,욕구)가 없었다면 상관없다. 게임을 꼭 잘할필요가 없으니까.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내 욕구가 게임을 잘해지고 싶은 것이였다면 나는 우회로를 선택하면 안됐다. 지는 것이 괴롭고, 깨지는 것이 힘들더라도 계속 깨지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인지 부족한지 파악해서 계속 연습하고 극복해나갔어야 됐다. 그렇다면 나는 스타라는 게임 하나에서 도망친 사람이 아니라, 극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때 이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을 못하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스스로에게도 꽤 큰 자존심의 스크레치로 오래 남았다. (남자는 돈없다는 소리는 들어도, 게임못하는 소리는 절대 못 듣는다!) 내 스스로도 게임을 못 한다는 한계에 갇혀있고 누가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패배감을 많이 마음 속에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해야한다. 스타크래프트나 다른 게임에서 내가 욕심이 있는 게임이라면, 더이상 패배의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치고 극복해야 된다는 것을. 


이 작은 두려움을 극복했을때, 인생에서 앞으로 마주칠, 혹은 이미 마주친 다른 두려움을 또 차근차근 극복해나갈 동력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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