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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Sep 24. 2023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성숙한 사랑의 표상. 마빈 레이

오래된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뒤늦게 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 든 느낌은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잔잔한 감성, 배우들의 연기, OST가 잘 어울러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는 사실 별게 없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특이한 인물 2명. 조반나 선생님마빈 레이

주인공보다 더 흥미로운 케릭터였다.





1. 조반나 선생님

조반나 선생님은 제자인 준세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제자와 이성 사이에 감정을 느끼며 다른 제자들보다 더 아껴주고 지지했으며, 준세이의 누드화를 그리는 등 사적인 영역까지 그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선생의 체면이 있어서인지 선을 확 넘지는 않고 제자와 이성관계 그 사이에서 준세이를 대하였다. 그러던 중에 본인이 준세이에게 복원작업을 맡긴 작품을 스스로 찢었다. 그리고 공방이 폐쇄되고 그녀는 자살을 하였다. 왜 그녀는 아끼는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의 작품을 찢고 자살까지 했을까? 영화를 보고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그녀는 제자인 준세이를 사랑해서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의 실력이 자기를 뛰어넘는 거를 무서워했던 것 같다. 준세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자신이 준세이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없게 되고 준세이와 관계를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림을 찢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녀는 자살을 한 것 같다. 안타까운 죽음이자 사랑의 방식이다. 좀 더 솔직하게, 준세이에게 거절당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봤으면 어땠을까?

 스승의 명예와 지위를 내려놓고, 사람대 사람으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을때 결과가 어떻든 그녀는 후회하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또 떠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2. 마빈 레이

마빈 레이는 아사미의 남자친구로 나오는데 극 중 비중이 크진 않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에 대한 성숙한 태도와 진실되게 사랑하고 살아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친구 아사미가 준세이를 만난 뒤 흔들리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변화를 예민하게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사미의 마음이 자신에게 없고 준세이에게 가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하지만 마빈라이는 아사미를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자센에게 사랑이 없는 그녀를 가지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껍데기만 남은 관계인 걸 그는 알았다. 그리고 아사미에게 잠시 시간을 가지고, 진짜로 당신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돌아오라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잠깐 소리치긴 했지만 그녀를 탓하거나 나무라지도 않았다. 이 얼마나 성숙한 사랑이자 사람의 태도인가? 준세이에게 흔들리는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녀를 위해 이때까지 자신이 해준건 모두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꺼이 해준 것이고, 이에 대한 보상이 기대하거나 배신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진심으로 자기 마음을 알게 되기를, 그리고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해서 돌아오기를 바랬을 뿐이다. 

아사미가 준세이를 선택하고 다시 만나게 되었다면, 그녀는 진정한 자신의 진심과 사랑을 찾게 해준 마빈라이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워할 것이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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