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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Oct 23. 2023

의무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부턴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대략 초등학교때부터이지 않을까? 의무로 채워진 삶의 시작이.


나는 올해 33살이다. 초등학교때부터라고 치면 8살부터니까 25년을 의무로 가득찬 삶에서 살았다.

초/중/고를 다닐때는 입시를 위한 공부, 대학을 가서는 취업을 위한 준비, 취업 후에는 직장에서 시키는 일을우리는 수행하기 위해 평일을 보낸다. 시기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라 그 당시에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해야되는 일, 남들도 하는 일, 부모님과 주변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처럼 겁이 많고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무서워하고 사회 시스템에 순종적인 사람일수록 주어진 의무를 더 열심히 수행하면서 살아왔다.


이렇게 의무적인 일을 하면서 보낸 세월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까먹는다. 요즘 내가 이렇다고 느낀다. 이번 주말 온전히 나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나는 이 시간을 무엇을 해야될지 몰랐다. 

주어진 자유시간이 어색했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했으며,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왜 나는 주어진 자유가 주어져도 이것을 나의 행복을 위해 못쓸까 고민해보았다. 고민 끝에 찾은 원인은 단순했다. 내가 자유시간을 많이 누려본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어떤 의무를 수행하면서 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억울했다. 하지만 한편 무서웠다. 나는 누가 내 삶을 억압하거나 숙제를 주지 않으면 혼자서 기쁘게 살지도 못하는 존재인가? 이것이 과거의 노예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생각했다.



아마 오래걸릴 것이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내 즐거움으로 가든 채운 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로 내 시간을 가득 채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자유가 주어졌을때 그것을 누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는 오래걸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된다. 사회,타인으로부터 받는 훈육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나는 내 자유를 더 못 누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스스로 주체로써 내 삶을 살 수 있도록 퇴근 후, 주말에 짧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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