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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Dec 01. 2023

봄날보다 이뻤던 은수와 상우

영화 봄날은간다(2001)을 보고

영화 봄날은간다(2001)를 최근에 보았다.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격적인 설정이 있거나 에피소드가 있지는 않다. 남여의 만남과 연애, 이별의 과정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너무 잘 표현하였다. 특히 이별할때의 과정과 남녀의 감정.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하여서 제대로 된 연애와 이별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상우(유지태)는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서툴은 사랑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은수(이영애)는 결혼의 경험이 있다. 여러 경험을 거쳐서 사랑에 대해 본인의 기준이 어느정도 있다.


은수는 자기와는 다소 다른, 사회에 때묻지 않은 상우의 순수함에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상우 또한 은수의 어느모습에 반해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둘의 연애는 연애를 시작하는 다른 커플과 마찬가지로 참 푸풋하다. 회식을 마치고 보고싶다는 은수의 통화에 택시를 타고 강릉까지 가는 상우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고 보기가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피곤함을 무릎쓰고 택시비를 생각안하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영화지만 상우가 은수를 참 사랑하구나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연애가 지속되면서, 연애 초반에 모든 관심과 집중의 대상이 상대였던 것에서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 은수는 본인의 스타일대로 연애를 했고 순수했지만 다소 소심했던, 혹은 사랑해서 더 예민했던  상우는 은수의 말투와 행동에 섭섭함을 느꼈다. 서로만 바라보고 싶었던 상우와, 좀 더 어른(?)의 연애를 원했든 은수는 하나씩 엇나갔고 결국 은수가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은수는 이미 이혼의 경험이 있어서 연애가 자신의 인생에서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남자친구를 원했는데 상우의 순수함과 투정, 어리광이 은수에게는 더이상 매력이 아니었다. (마침 라디오를 같이 녹음하는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남자가 등장하여서 상우와 더욱 비교가 되었던 것 같다.)


상우의 이별과정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우리의 이별과정 같았다. 이별은 아무리 포장해서 찌질하고, 아프고, 슬픈 것이다. 진짜로 사랑했다면 그 어떤 이별이 상우의 이별같지 않을까? 허진호 감독이 표현한 상우의 이별과정이 보통 사람의 이별과정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기에 우리는 상우에게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영화가 가진 힘은 은수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자기만 보고 있는 남자친구, 미래에 대한 큰 생각이 없는, 갑자기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로 가자는 조금은 옛날스러운 남자친구. 이미 한 번의 결혼을 했던 은수에게 상우의 연애스타일이 성에 안 찼을 것이다. 믿음직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동생같은 남자친구가 아니였을까?



자우림이 불렀던 봄날은간다 OST 가사가 생각난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했던 순간이 더 아름다운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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