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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Dec 20. 2023

화장실은 한국말로 써주면 안되나요?

누구에게는 당연한, 누구에게는 어려운

지난주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메가박스 더 부티크 목동현대백화점에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시작 30분전 미리 검표를 받고 상영관 앞 라운지에 앉아있었다.


앉아서 여자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어머니께서 급하게 달려오시더니 여기 화장실이 어디냤나고 물어보셨다. 나는 이 영화관이 처음이라 화장실 위치를 몰랐는데 어머니 목소리가 너무 급해보여서 찾아보겠다고 하고 안쪽으로 쭉 뛰어갔다. 하지만 그 쪽에 화장실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반대편으로 뛰어가니까, 거기에 화장실 표시가 영어로 아래와 같이 쓰여있었다.


GENTLEMEN, LADIES


나는 어머니에게 여기 화장실 있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머니 뒤에는 대변이 급한 장애인 아들이 바지를 벗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들이 장애가 있는데 더이상 못참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 자리에서 패딩을 벗었고 그 위에 아들이 대변을 누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시면서 그 자리에서 30분동안 아들의 대변을 치우셨다.


그 상황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화장실을 찾아줬다면 어머니는 아들과 영화관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기억에 상처로 남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더욱 더 안타깝고 분노도 생겼던 것은 어머니가 뛰어오는 길에 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작은그림과 함께 영어로 'GENTLEMEN', ' LADIES'라고 쓰여있었던 화장실 표시를 못 읽고 지나오셨던 것이다.


만약 화장실 표시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이었다면, 혹은 화장실 그림표시가 알아보기 쉽게라도 있었다면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영화관에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는 쉽고 당연했던 것들이 다른 누구에게는 큰 장애물과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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