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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Dec 23. 2023

회사에서 권력은 화무십일홍

회사생활 이모저모

나는 대기업을 다닌다. 이 회사로 이직한지는 이제 2년이 거의 다되어간다. 대기업은 처음 다녔기 때문에 경직된 조직문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만 2년째 이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권력은 화무십일홍이라는 것이다.


우리 팀장은 회사 사장(오너)의 총애를 받았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임원을 달았고 사장에게 일주일에 1번씩 직보를 했다. (나는 그때 오너에게 직보하는 것이 얼마나 대기업에서 강한 힘과 의미를 가지는 건지 몰랐다.) 

우리 팀장은 사장이 자기를 예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엄청난 자랑과 자부심으로 여겼다. 팀장과 같이 종종 외부 업체와 미팅을 하러가면 팀장은 항상 말했다. 자기는 사장의 분신이라고. 자기를 항상 찾아서 자기가 너무 바쁘고 피곤하다고. 얼핏 들으면 불평같지만 사실 사장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자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회사 자랑을 외부업체에게 한껏 떠들었다. 미팅 주제와 상관없이 이런 얘기를 주로 하였기에 외부업체 사람들은 미팅이 끝나고 나에게 항상 말하였다. "저 분은 혹시 오너가세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시네요." 같이 미팅을 하면 부끄러움은 항상 나의 몫이었다.


그런 팀장에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 팀장이 관리하였던 업체 하나가 문제가 생겼다. 팀장이 담당하는 업체의 대표자가 배임 및 횡령문제가 터졌고, 팀장의 소개로 그 회사와 일을 진행했던 사장은 매우 분노를 하였다. 사장은 우리 팀에 감사를 진행했고 감사가 끝나고 난 뒤 팀장은 쫒겨나지는 않았지만 권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자기 밑에 있던 직원이 공동팀장으로 올라왔고 팀을 나눠서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올라온 팀장이 사장에게 직보를 하게 되었고, 원래 우리 팀장은 사장에게 더이상 직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회사의 소문은 빠르고 누가 힘을 가지고 있는지 눈치채는 속도는 더 빠르다. 우리 팀장이 사장에게 미운 털이 박혀서 더이상 직보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른 부서 사람들과 팀장들은 우리 팀장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회의를 할때도 예전에는 우리 팀장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우리 팀장이 말하면 다른 팀에서 그건 아니라고 쉽게 부정을 하고 은근한 꼽사리를 준다. 그리고 우리 팀장은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더 이상 자기 마음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사장에게 직보를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아래직원이었던 새로운 팀장에게 부탁을 하고 사장에게 허락을 받는 구조로 바꼈다.


옆에서 보는 나로써는 참으로 신기하고 권력이란 이렇게 허무하구나를 느꼈다. 우리 팀장은 새로운 팀장이 자신의 부하직원일때 회의 석상에서 종종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자기에게 보고를 제대로 안하면 왜 보고를 안하냐고 직원들 앞에서 잔소리를 했고 이런 점을 조심하라고 기분 나쁠 수 있는 언행과 태도를 일삼았다. 하지만 이제 반대가 되었다. 자신의 부하직원이 자기와 동일한 팀장이 되었고, 오히려 자신보다 회사에서 더 힘이 강해진 것이다. 그때 당한게 있던 새로운 팀장은 원래 팀장을 이제 무시한다. 공식 회의 석상에서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만 원래 팀장은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허허 웃어 넘긴다. 옆에서 그 웃음을 들었을때 나는 그의 속 쓰림이 느껴졌다. 


아직 이 회사에 온지 2년 밖에 안 되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며 느꼈다. 회사에서 권력은 다 한때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회사에서의 권력도 다 한때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권력을 가졌다고 남 앞에서 떵떵거릴 것이 아니고 내가 지금 권력이 없다고 해서 남 앞에서 기죽을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회사 안에서 그 권력, 회사 나가면 다 없어진다. 거기에 심취해서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보면 결국 끝은 허무와 비참함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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