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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훈 Aug 04. 2024

나가자

만지고, 입고, 느낀다.

휴일 오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미 다 잔 잠을 물고 늘어진다. 며칠간 핸드폰을 스쳐 지나간 옷들 중에 맘에 드는 녀석들로만 추려낸다. 그것들을 보고 또 본다. 앞, 뒤, 양 옆 상세사이즈, 원단 조직감까지 수십 번을 봐도 결제 버튼이 눌리지 않는다. 결국은 만져 보고 입어 봐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일어나려는데 이번엔 침대가 나를 물고 늘어진다. 달래고 사과하고 옷을 입는다. 가방을 멘다. 정리하지 않은 이불이 헝클어져 있다. 외면하듯 고개를 휙 돌린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문득 떠오른다. 우산 챙겨야지.


비는 거리의 습도만 올릴 뿐이었다. 묵직한 대기를 뚫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다. 버스를 타자 하늘이 걷힌다. 우산은 짐이 되었다. 버스를 내리자 거짓말처럼 비가 온다. 아직 덜 마른 우산을 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목적지가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숨이 트인다. 에어컨 냄새, 새 옷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이앤드 편집샵 특유의 인센스 향 냄새도 난다. 눈으로 즐기고 손으로 느껴본다. 꺼내서 들어본다. 가볍고 하늘거리는 질감. 묵직하고 톡톡한 질감. 이거지. 온라인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감촉들이 있다.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다. 그 편리함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오죽하면 쇼핑에 성공, 실패율을 따지겠는가.

오프라인은 그 실패율을 현저히 낮춰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만지고, 입고, 느낀다. 결국 옷의 본질은 저 세 가지이니까.


요즘은 나도 온라인으로 옷을 많이 산다. 쇼핑몰도 한계를 극복하려 굉장히 상세한 사이즈 표현이라던가

체형별 모델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쇼핑은 그 자체로 옷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옷을 기다리는 것만큼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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