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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삼 Jul 24. 2020

왓츠뉴 021_ 뉴트로 집중 탐구(1)

7월 넷째 주

왓츠뉴 What's New


; 새로 나온 제품, 브랜드, 광고, 캠페인, 트렌드를 소개하는 뉴스 클리핑(News Clipping)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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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집중 탐구


오늘의 왓츠뉴는 뉴스 대신 커다란 토픽 하나를 들고 왔어요!

바로 '뉴트로'인데요.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에 새롭게 해석했다는 의미에서 뉴(New)를 붙여 '뉴트로'라는 단어가 완성되었어요. 한때 유행으로 지나갈 것만 같았던 뉴트로에 많은 이들이 꽤나 오랜 기간 열광하고 있어요. 


디자인 커뮤니티 라우드소싱은 최근 많은 요식업 브랜드에서 '뉴트로' '복고풍' 로고를 의뢰했고, 포트폴리오에도 뉴트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뉴트로라고 생각하고, 왜 뉴트로에 열광하는 걸까요?


*레트로(Retro)는 회상, 추억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




01. 한국적 뉴트로의 등장


ⓒ 프릳츠


'복고(레트로)'라는 말은 그 시기와 상관없이 '오래된 것', '옛날 것'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떤 시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한데요. 

이를테면 이전까지 '레트로 패션'은 흔히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미디 기장의 스커트, 베레모, 혹은 나팔바지나 청청 패션 등의 로큰롤 문화를 반영하곤 했어요. (50년대는 대중문화가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예요. 레트로는 대개 대중문화가 크게 융성했던 시기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최근 불어오는 레트로/뉴트로 바람에서 재미있는 것은 20세기 한국 문화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오래된 국내 브랜드가 주목받기도 하고, 옛날의 그래픽 스타일을 따라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도 해요. 


- 한국형 뉴트로의 주된 특징 하나! 한글을 훨씬 많이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영어에 비해 역사가 짧고, 종류가 많지 않아 활용이 쉽지 않았는데요. 이에 한글을 사용하면 자칫 '촌스러워 보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나 레트로 열풍에 따라 수많은 브랜드에서 의도적인 촌스러움을 위해 한글을 패키지, 간판, 광고 등에 활용했고, 브랜드마다 자체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글 사용은 촌스럽기보다는 힙한 것이 되었고, 더 나아가 한글을 사용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편하게 느끼고 있어요.


- 특징 둘! 20세기 패키지와 인쇄광고에 활용된 오래된 서체를 흉내 내는 새로운 서체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일부러 외래어 표기법에 틀린 표기를 사용하고(페스티벌 -> 훼스티벌 / 초콜릿 -> 초코렡) 단어 사이에 일본식 장음 표시(ㅡ)를 해주는 등 옛날 문법을 활용하기도 해요.


- 특징 셋! 헤리티지가 확실한 브랜드가 재조명받고 있어요. 특히 F&B(요식업) 분야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인데요. '진로이즈백'처럼 오래된 제품을 추억 속의 그 패키지를 그대로 살려 재출시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진로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도 진로가 쌓아온 브랜드 헤리티지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 포인트!

올해로 70살 된 칠성사이다의 뉴트로?




한편 20세기도 20세기 나름이니까. 10~20년 단위의 시대 별로 뉴트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1930년대

서울우유 오리지널

ⓒ 서울우유협동조합

80살이 훌쩍 넘은 서울우유는 작년에 1930년대를 재현한 '1937 레트로컵'을 굿즈로 출시했어요. 서울우유에 상징적인 연도를 3개 선정해, 그 해에 서울우유 홍보를 위해 제작한 컵을 모티프로 만든 것인데요.

이 굿즈로 당시 홈카페를 중심으로 불고 있던 빈티지컵 트렌드에 빠르게 합류했어요. 몇십 년씩 된 빈티지컵을 중고로 판매하기도 할 정도로 빈티지컵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는데요. 특히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서울우유나 델몬트, 오란씨처럼 브랜드의 로고가 찍힌 프로모션컵!


또 올해에는 창립 83주년을 기념해 과거 패키지를 그대로 적용한 레트로팩 한정판을 출시했어요. 가격 또한 10년 전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 1L를 1930원에 판매했는데요. 미니멀한 그래픽과 신선한 우유의 사진을 활용하는 지금의 패키지와 달리, 복잡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활용한 것이 레트로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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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0년대

태극당

ⓒ 태극당, 월간디자인

1946년에 처음 문을 연 빵집, 태극당은 브랜드의 전통을 지킴으로써 가장 힙한 브랜드로 거듭난 케이스예요.

한때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과거 브랜드의 캐릭터를 개성으로 살려 위기 극복에 성공했어요. 


1) 자체 서체인 '태극당 1946체'를 개발하고, 2) 무궁화 로고를 통일성 있게 사용했고, 3) 오래된 간판과 문구, 포스터 등을 그대로 되살렸어요. 4) 옛날 쇼핑백에서 발견한 '빵 아저씨' 캐릭터를 적극 활용했고, 5) 야채 사라다, 모나카 아이스크림, 버터 케이크 등 오래전부터 인기 있던 제품에 주력했어요.


동시에 밀레니얼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맥주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해 전통이 있지만 젊은 이미지로 리브랜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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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평화다방

ⓒ 평화다방

평화다방은 작년(2019년)에 론칭된 카페 브랜드지만, 정서는 1960-70년대를 추구하고 있어요.

'대놓고 뉴트로'를 지향하는 평화다방은 그래픽과 공간 디자인에 크게 투자했는데요.

특히 평화다방의 그래픽 디자인은 프릳츠의 로고를 디자인했던 조인혁 디자이너가 맡아 '영 레트로'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어요.

컬러와 반복되는 패턴, 스트라이프가 서울우유의 오리지널 버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요!


카페의 공간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목재를 활용하고, 천장에 커다란 스테인드 글라스 조명을 달아 60-70년대의 다방 느낌을 재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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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델몬트

ⓒ 델몬트

델몬트는 시골 할머니댁에 있었던 것 같은 유리병 패키지와 유리컵 굿즈를 담은 선물 세트를 출시했어요. 

유리병이 워낙 튼튼해 다 마신 병에는 보리차를 담아 마시던 추억이 떠오르지 않나요? 레트로 세트 출시 당시 델몬트는 이처럼 '추억 소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유리컵은 한쪽엔 델몬트 로고가, 다른 한쪽엔 오렌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요. 밑이 묵직해 컵 형태만 보아도 예전 감성이 물씬 느껴져요.

선물 패키지 역시 예전에 선물용 주스에서 볼 수 있었던 형태예요.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로형 종이 박스로, 레트로한 그래픽과 색감이 강조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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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응답하라 시리즈

ⓒ tvN

80년대 후반~90년대에 10대, 20대를 보냈던 이들에게 무한 공감을 사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예요. 이젠 '응답하라'라는 워딩 자체가 레트로를 상징하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토록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던 데는 그 시절 소품과 광고, 영상까지 그대로 재현한 점이 한 몫을 했어요! 종이로 된 버스 회수권부터 프로스펙스 운동화, 삐삐에 플로피 디스크까지 사용하는 소품들의 디테일이 굉장했고, TV에서는 시대를 강타했던(!) 가수, 프로그램, CF가 나와 추억을 되살렸어요.


응답하라 1988은 특히 OST에 원곡과 리메이크곡을 둘 다 사용함으로써 뉴트로와 레트로의 조화를 잘 보여주었는데요.

이를테면 '청춘'은 원곡자인 산울림의 김창완 버전과 김필 버전을 두 가지 모두 살렸고, '소녀' 역시 원곡자 이문세 버전과 오혁 버전을 모두 드라마에 삽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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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놀면뭐하니> 싹쓰리

ⓒ MBC, 던킨

2000년대 초반의 흥행 보장 조합인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이 MBC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 그룹을 결성했어요. 이름하야 '싹쓰리'인데요. 1990년대 히트곡인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하고, 90년대 감성의 여름 노래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90년대 여름 노래의 감성을 잘 살릴 타이틀곡은 꽤나 많은 작곡가들의 곡을 블라인드 테스트해 결정되었는데요. 덕분에 레트로와 뉴트로의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어요.

단순히 레트로한 음악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MZ세대를 상징하는 지코나 뉴트로 작곡가 박문치의 의견을 들으며 어떻게 요즘 감성과 잘 섞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던킨은 최근 싹쓰리와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도넛 박스를 새롭게 출시했는데요. '그 여름을 틀어줘'라는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그 도넛을 틀어줘' 캠페인을 진행하고, 리유저블 컵인 '다시 여기 받아'는 '다시 여기 바다'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02. 오래된 간판, 버내큘러 디자인


ⓒ 배달의민족

001. 오래된 간판과 배민의 을지로체


한나체, 주아체 등 여러 서체를 개발해 무료 배포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을지로에 자리를 잡고, 을지로 간판에서 따온 '을지로체'를 개발했던 것, 알고 계셨나요?


최근 뉴트로 열풍의 두 번째 특징은 완벽한 디자인보다 오래된 동네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온다는 점이에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자체 서체를 배포하는 데, 완성된 브랜드도 엄격하게 개발된 서체도 아닌, 간판 글씨 장인의 손길로 탄생한 동네 간판에서 모티프를 얻어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을지로체' 이외에도 배달의민족이 배포했던 '한나체'와 '주아체' 역시 간판 글씨를 본딴 것이고, '연성체'는 가판대 붓글씨를, '기랑해랑체'는 매직으로 쓴 화장실 안내판 글씨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해요. 이후에도 배달의민족처럼 동네 간판의 서체와 그래픽, 카피라이팅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002. 일상적 영감, 버내큘러 디자인?


이처럼 엄격한 디자인 원칙이나 의도를 가지고, 전문가에 의해 완성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일상생활 중 자연스럽게 탄생한 디자인을 '버내큘러 디자인'이라고 해요


버내큘러 디자인(Vernacular Design):  지역이나 사용자 등 문화ㆍ환경적 요인을 반영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는 디자인


즉 가게의 간판, 식당의 메뉴판 등 비전문가가 필요에 의해 만든 디자인을 뜻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버내큘러 디자인에는 지역적인 특색이 많이 드러나게 돼요. 외국에 나가면 높고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길거리의 상점들로부터 '이국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니 요즘 뉴트로가 일상적, 비전문적인 버내큘러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과 한국의 지역적 특색이 녹아 있는 '한국적 뉴트로'의 탄생은 분명한 상호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003. 오래된 새로운 동네


지역적 특색이 명확한 동네를 선호하는 문화적 트렌드에 따라 오래된 가게가 즐비하고, 동네의 성격이 명확한 '을지로'와 '성수동'이 이른바 힙한 동네로 떠올랐어요. 을지로에는 인쇄소와 아크릴 가게가, 성수동에는 수제화 가게가 모여 있는 등 무언가를 제작하는 동네라는 점도 공통적인데요.


다시 정리해 보면,

1) 간판, 광고판 등 손때 묻은 '버내큘러 디자인'이 살아 있는 가게들이 있는 곳 

2) 인쇄소 거리, 수제화 거리 등 동네의 성격이 명확한 곳

3) 제작, 창작의 기반이 모여 있는 곳

이 세 가지 특성을 고루 갖춘 을지로와 성수동이 '뉴트로'하고 '힙'한 동네로 밀레니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에요. 오래 됐지만 새로운, 모순적인 두 동네가 뉴트로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어요.



다음 화 예고>

뉴트로 집중 탐구(2)

03. 요즘 애들의 레트로, Y2K와 과장된 디지털

04. 보라색, 시티팝

05. 과거에 대한 존중, Oldies But Goodies




평소와 다른 형식으로 다뤄본 이번 왓츠뉴는 어땠나요? 오늘도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피드백을 주시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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