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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31. 2020

왓츠뉴 022_ 뉴트로 집중 탐구(2)

7월 다섯째 주

왓츠뉴 What's New


; 새로 나온 제품, 브랜드, 광고, 캠페인, 트렌드를 소개하는 뉴스 클리핑(News Clipping)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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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집중 탐구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뉴트로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파헤쳐보려고 해요!

1편을 보지 못한 분들은 여기서 확인 가능하답니다 :)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왓츠뉴는 지난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뉴트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온도 차가 극명한 구독자 분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데요!


- 신선해요. 세대 대 통합!

- 옛것이 현대에 ‘힙함’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좋아요.

등등 뉴트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절반.


- 질려요!

- 한 물 갔다.

- 진부해요.

등등 뉴트로 트렌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반응이 절반!


하나의 트렌드에 대해 전혀 다른 두 가지 관점이 극명하게 드러나 흥미로웠어요.

이를 보며 느낀 트렌드에 대한 왓츠뉴의 생각 하나! : 트렌드는 마치 시간을 타는 파도처럼 여러 시기에 걸쳐 흘러가기에, 사람마다 마주치는 시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때 ‘트렌드’가 될 수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트렌드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쯤엔 이미 지겨워하는 이들이 생겨난다는 점이 트렌드의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생각 둘, 트렌드가 파도라면, 왓츠뉴는 트렌드를 다루는 서퍼가 아닐까요? :-) )




03. 요즘 애들의 레트로, Y2K와 과장된 디지털


001. 요즘 애들의 레트로

대학내일에서 운영하는 MZ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이 얼마 전 뉴트로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게시했어요.

<Z세대와 당신이 생각하는 레트로는 완전히 다르다>라는 기사였는데요. (기사 전문은 여기!)

복고/뉴트로/Z세대가 생각하는 레트로, 총 3가지의 레트로를 구분해서 써놓았어요.

그리고 Z세대가 생각하는 레트로를 미국 하이틴 드라마핑크+반짝이 감성,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와 폰꾸(폰꾸미기)로 정리했는데요.

이때의 레트로는 “2000년 전후 시기의 향수”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Y2K”라는 표현을 활용했어요.


왓츠모어 

Y2K란? Y2K는 일명 밀레니엄 버그라고 불리는데요.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켜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라는 두려움을 담은 표현이었어요.

(물론 2000년 1월 1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간단히 말하면 Y2K란, 바로 이 2000년대 전후 시기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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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과장된 디지털

여기에 덧붙여, 왓츠뉴는 Y2K의 특징을 “과장된 디지털”이라고 설명하고 싶어요.

앞자리 수가 1에서 2로 바뀌는 2000년을 코 앞에 두고, 디지털 시대에 대한 환상과 설렘을 품고 있던 시대를 모티프로 삼았기 때문이에요.

마치 과학 시간에 공상화를 그리듯이, 실제보다 과장된 디지털과 미래주의를 담은 시각적 특징이 있어요.


왓츠모어

백투더퓨처!  어쩌면 “레트로 퓨처리즘”이라는 단어의 유래와도 유사한데요. 레트로와 퓨처리즘을 합친 ‘레트로 퓨처리즘’은 우주 탐사에 열을 올리던 1960년대 소련을 중심으로, ‘2000년대의 미래는 이러할 것이다’라는 미래에 대한 왜곡된 상상을 모티프로 한 시각적 표현 방식을 말해요.

한 마디로 ‘과거에서 바라본 미래’, 백투더 퓨처!

우주 공학적인 미래에 대한 낭만과 로망을 갖고 있었기에, 현재 펼쳐져 있는 세상보다 훨씬 과장된 미래적 느낌을 줘요.

우주적이고 메탈릭한, 어딘가 공학적인 것들이요!

2020년에는 바로 이 레트로 퓨처리즘이 다시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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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Y2K식 레트로 사례

시청각 자료와 함께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요즘의 Y2K식 레트로, 뉴트로를 잘 살린 여러 작업물을 가져왔어요. 포스터부터 영상, 웹툰, 음악까지요!


ⓒ 플루토 프로젝트

플루토 프로젝트


플루토 프로젝트(꽃님)는 80년대 스타일로 케이팝 아이돌 포스터를 제작하는 아티스트예요.

네온사인과 *사이키델릭한 그라데이션, 비비드한 색감이 눈에 띄어요! 80년대에는 미래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러한 시각적 요소를 사용했다면, 2020년에는 되려 과거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동일한 시각적 요소를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그야말로 과거에서 본 미래이자, 미래에서 본 과거예요.


*사이키델릭: LSD 등 환각제를 복용한 뒤 보이는 정신 착란적인 체험을 재현한 예술. 시각적으로는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사용.



ⓒ 바이바이배드맨

바이바이 배드맨 - <Island Island>


또 한편 두껍고 모서리가 둥근 옛날 컴퓨터와 투박한 구식 윈도우 화면도 Y2K식 레트로를 표현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예요.

바이바이 배드맨의 <Island Island>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옛날 윈도우 화면을 잘 활용해 레트로한 느낌을 자극했는데요.

이국적인 배경에 롤러스케이트와 LP판, 카세트테이프까지 레트로한 소품도 다양하게 사용했어요.

카세트테이프는 이전 게시글에서 싹쓰리와 콜라보한 던킨 도너츠의 패키지에도 상당히 유사한 느낌으로 활용되었어요!



ⓒ 정훈남

정훈남 JHN Studio


유튜버 정훈남은 픽셀 아트로 K-Pop 뮤직비디오를 재해석해요.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픽셀 아트 역시 레트로한 감성을 표현하는 데 많이 활용되는 요소 중 하나예요!

사실 '픽셀(Pixel)'은 본래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이야기하는데요. 모이면 마치 모자이크처럼 보이는 작은 정사각형들이요. 이 픽셀의 집합이 우리가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픽셀의 총합이 많으면 = 고화질, 적으면 = 저화질!


초창기 오락실 게임은 그래픽 기술의 한계로 픽셀이 적어, 낮은 화질에다가 각진 느낌을 주는데요. 시간이 흘러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픽셀 아트예요.

따라서 픽셀 아트는 게임에서 모티프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훈남의 뮤직비디오 역시 전투게임이나 슈퍼 마리오, 리듬 게임 등의 고전 게임을 떠올리게 해요.



ⓒ 전자오락수호대

전자오락수호대


가스파드 작가의 <전자오락수호대>는 웹툰에 픽셀 아트를 적용한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옛날에 즐기던 오락실의 고전 게임들을 테마로 삼았는데요. 주제와 내용, 그래픽적 요소까지 고전 게임과 픽셀 아트를 기반으로 한 레트로 감성이 듬뿍 담겨 있어요.

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게임 앱이 출시되었을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04. 보라색, 시티팝


ⓒ 선미

MZ 세대가 가장 '레트로하다'고 느끼는 색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보라색핑크색! 글리터와 홀로그램이 더해진다면 말할 것도 없어요.

그런 와중에 뜨고 있는 노래가 선미의 '보라빛 밤(pporappippam)'이에요.

이름부터 보라색이 들어가는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마저 몽환적인 보라빛이에요. 이 노래가 MZ 세대가 원하는 레트로의 감성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요.

노래의 인기가 점점 많아지자, CJ제일제당의 햇반이 보라빛 밤을 패러디한 SNS 게시글(보라빛 '밥')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은 슬픈 해프닝도 벌어졌어요.


(+ 그렇다면 1990년에 나온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는 어떠냐고요? 유튜브에 게시된 '보라빛 향기 교차 편집(stage mix)' 영상이 조회수 86만 회를 달성했고, 바로 어제와 오늘도 무수한 댓글이 달리고 있어요! 특히 90년대 방송을 실제로 보지 못한 세대의 댓글이 더 많아요. 이 정도면 보라색과 레트로한 음악의 조합에 MZ세대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겠죠?)



노래 제목과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어딘지 레트로한 음악의 느낌도 '보라빛 밤' 열풍에 한몫을 했는데요.

이 노래는 '한국 시티팝', '선미 표 시티팝'으로 불리고 있어요.


시티팝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인데요. 대체 이 시티팝이 뭔지 궁금한 이들이 많았을 거예요.

시티팝이란 1980년대 일본의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적 스타일. 록/R&B/재즈 같은 '장르'라기보다는 도회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하나의 '스타일'.

그러니까 시티팝은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 속을 걷는 느낌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음악적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들 '느낌적인 느낌'으로 시티팝을 설명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에 더해 경제 호황기에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막강한 자본력으로 최고급 스튜디오와 음향 장비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에요.


한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댓글에 따르면, '살아 보지도 않은 저 시대를 추억하게 만드는 노래', '경제 호황기에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지만 그로 인한 공허함과 허탈함이 공존하는 느낌', '엔딩크레딧 올라가는데 앉아 있는 기분', '진탕 술 먹고 파티하고 즐긴 뒤 집 가는 길, 구두 따위 손에 들고 맨발로 아스팔트 걸어가며 보는 저 멀리의 네온사인 같은 느낌'이 바로 시티팝이에요.



월간 윤종신의 2018년 7월호, 'Summer Man'에 실린 이야기를 들으면 시티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윤종신이 시티팝에 천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낭만성’ 때문이다. 그는 시티팝이라는 장르에 배어 있는 풍요롭고 풍류적인 정서를 오래전부터 사랑해왔고, 그 장르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다듬는 동시에 농도와 결이 조금씩 다른 낭만성을 연출해왔다.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잠시 쉼표를 만들어주는 음악, 사방이 꽉 막혀 있는 것 같은 삶에서 잠시 탈출을 꿈꾸게 하는 음악,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잠시 그늘이 되어주는 음악. 그가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빌려 가닿고자 하는 음악은 언제나 그런 음악이다. 이번 노래에서는 1980년대 이전에 유행했던 디스코 사운드를 가미해 돌아갈 수 없는 시대에 대한 향수까지 담아보고자 했다.  - 윤종신의 7월호 이야기 



 

05. 과거에 대한 존중, Oldies But Goodies


ⓒ 오이뮤

지금까지 '뉴트로' 혹은 '레트로'라 불리는 여러 문화적 현상에 대해 분석해봤어요.

이제 뉴트로 집중 탐구 마지막 파트에선 뉴트로 트렌드의 정신적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는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Oldies But Goodies(오래됐지만 좋은 것, 오래돼서 더 좋은 것)' 정신을 잘 담고 있어요.

OIMU(오이뮤)는 Oneday I Met You(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의 약자라고 해요.

이전까지 다뤄온 뉴트로 브랜드가 특정 시기를 향한 것과 달리 오이뮤는 모든 '과거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예요.




Project.1

오이뮤의 첫 프로젝트는 사라져 가는 성냥공장을 되살리는 것이었어요. 

과거의 감성을 오롯이 담은 채, 현대적인 패키지로 재탄생한 팔각 성냥은 그야말로 대성공. 향수를 느낀 기성세대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받은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를 얻었거든요.



Project.4

국산 지우개 브랜드인 '화랑고무'와 함께 지우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화랑고무가 1950년대부터 출시해온 453개의 지우개를 실은 책, 'ERASER 453'을 엮어 내고, 오이뮤 표 새로운 고무지우개를 출시했어요.




Project.5

가장 최근에는 우리말 색 이름 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형용사와 색채어가 발달한 우리말의 특징을 살리고자, 색마다 우리말 이름을 붙여준 것이에요. 마치 팬톤 컬러코드 16-1331 처럼요!

1991년 발행된 '우리말 색이름 사전'을 참고하고 보완해 가며, '홍시색', '건빵색', '오징어먹물색' 등 주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우리말 자연어를 사용한 총 352가지의 색 이름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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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것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오이뮤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지독한 리서치'라고 해요.

과거의 스타일만 표면적으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깊이 들여다보기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레트로 감성의 브랜드 중에서 오이뮤가 승승장구하며 콜라보 장인으로 등극한 데는, '뉴트로 트렌드는 무조건 통한다'는 믿음이 아닌, 과거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소신을 가진 덕분으로 보여요.

(오이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여기서 참고할 수 있어요!)





이 글의 서론에서는 트렌드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트렌드' 중에서 유독 옛 것을 강조하는 '레트로' 트렌드도 그 자체로 모순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쳐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것들에 대해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레트로는 독특한 가치가 있어요. 레트로를 현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뉴트로'는 현재와 과거의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왓츠뉴는 뉴트로 트렌드가 매우 반가워요.

비로소 '촌스럽다'고만 느껴지던 과거를 긍정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무리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다지만, 'Oldies But Goodies(오래됐지만 좋은 것, 오래돼서 더 좋은 것)'의 정신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남아 있는 가치가 되지 않을까요?





평소와 다른 형식으로 다뤄본 이번 왓츠뉴는 어땠나요? 오늘도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피드백을 주시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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