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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실패하지 않았다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 삶의 방향이 되면 충분해

by 하레온

왜 우리는 잊었던 꿈의 안부를 물어야 할까


오래된 책상 서랍을 열어본 적 있나요? 빛바랜 일기장,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낡은 편지, 그리고 그 아래 조심스레 숨겨둔 보물 상자. 그 안에는 어쩌면 당신의 어린 시절 꿈이 잠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과학자’, ‘화가’, ‘탐험가’… 선명한 색깔을 뽐내던 그 꿈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요?


어른이 된 우리는 어느새 그 꿈의 안부를 묻는 법을 잊었습니다. 매일의 출근길, 빼곡한 업무 리스트,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현실이라는 단단한 땅에 발을 딛고 서느라 바빴으니까요. 이 글에서 말하는 ‘꿈의 재정의’는 바로 그 서랍 속에서 잠든 꿈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먼지를 털고,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주는 여정입니다. 이것은 과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실패’로 박제하는 대신, ‘나라는 사람을 만든 소중한 이야기’로 끌어안는 일입니다. 즉, ‘무엇이 될 것인가(What to be)’라는 굳어진 목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How to live)’라는 유연한 방향으로 질문을 바꾸는 용기입니다.




1부: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Image_fx - 2025-09-19T103836.625.jpg 어두운 다락방 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오르골, 잊혀진 어린 시절의 꿈을 상징하는 쓸쓸한 이미지.


1장. 내 어린 시절 서랍 속의 꿈


누구에게나 마음속 서랍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는 어린 시절의 내가 소중하게 품었던 꿈이 고이 접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우주를 탐험하는 비행사를, 어떤 이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또 다른 이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를 꿈꿨을 겁니다. 그때의 우리에게 꿈은 세상의 전부였고,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던 그 꿈들은 우리를 설레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먼지가 쌓이듯, 우리는 서서히 그 서랍을 잊어갑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학업, 취업, 관계 속에서 우리는 ‘해야만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을 채워나가는 데 익숙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꿈은 비현실적이거나, 심지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랍은 굳게 닫히고, 우리는 더 이상 그 안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게 됩니다.



2장. 어른의 세계, 꿈의 유효기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꿈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더 이상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언젠가부터 꿈이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재능의 한계, 경제적인 제약, 사회적인 기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선들이 우리의 가능성을 재단합니다.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이 이게 맞나?”라는 질문이 문득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과거의 꿈과 현재의 삶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실감하게 됩니다. 안정적인 직장,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느껴지는 공허함은 바로 이 간극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꿈의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이제는 현실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냐고, 너의 진짜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 간극이 주는 헛헛함은 우리를 지치게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다음 챕터로 나아가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이기도 합니다.




2부: 간극을 이해하는 시간

Image_fx - 2025-09-19T103915.670.jpg 도시와 숲, 두 갈래로 나뉜 길 위에 서서 고민하는 사람,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는 과정을 표현.


3장. 심리학이 말하는 ‘꿈의 변천사’


어린 시절의 꿈과 지금의 현실이 다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실패’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만큼 넓어진 ‘성장’의 증거라고 설명합니다. 어린아이가 보던 세상과 어른이 된 우리가 보는 세상의 크기와 복잡성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꿈도 함께 자라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미죠. 어쩌면 지금 느끼는 혼란과 아쉬움은 더 성숙한 꿈을 만날 시간이 되었다는, 일종의 ‘성장통’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30대 직장인들이 느끼는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가 클수록, 오히려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그 마음의 흔들림은 길을 잃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문 앞에 서 있다는 증거입니다. 꿈이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당신의 그릇이 더 커진 것입니다.



4장. 실패가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꿈과 현실의 간극을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과거의 꿈에 얽매이는 대신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방관이 꿈이었던 직장인은 ‘사람들을 돕는다’는 꿈의 핵심을 가져와, 회사 내에서 곤경에 처한 동료를 돕는 해결사가 되거나 지역 사회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꿈을 변주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소방관’이라는 껍데기를 버리고, 그 꿈을 꾸게 했던 ‘나의 열망과 재능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결국, 꿈의 유효기간이 다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가 넓어진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길과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죠. 따라서 우리는 “왜 꿈을 이루지 못했을까?”라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길 앞에서 나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이야말로 잊었던 꿈이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신호이자, 새로운 성장을 위한 초대장입니다.




3부: 나만의 꿈을 재정의하다

Image_fx - 2025-09-19T103949.921.jpg 펼쳐진 책 페이지 위로 돋아난 새싹,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꿈을 재정의하는 모습을 상징.


5장. ‘직업’이 아닌 ‘방향성’으로 꿈꾸기


‘꿈의 재정의’는 ‘무엇이 되겠다(직업)’는 명사형 꿈을 ‘어떻게 살겠다(가치)’는 동사형 꿈으로 바꾸는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화가’라는 직업 대신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며 살고 싶다’는 방향성으로 꿈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꿈의 본질을 추출해내면, 우리는 더 이상 특정 직업의 문턱 앞에서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때로 가장 좋은 지도가 됩니다. 발레리나를 꿈꿨던 한 주부는 결혼과 육아로 무대를 떠났지만, ‘춤을 통해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꿈의 본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주부들을 위한 ‘일상 스트레칭 발레’ 수업을 열었고, 지금은 온 동네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무대의 크기는 달라졌지만, 그녀는 매일 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꿈을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꿈의 재정의는 거창한 퇴사나 전직이 아닌,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나의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6장. 일상에서 나의 꿈을 실현하는 법


재정의된 꿈은 더 이상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오늘 나의 하루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발명가’가 꿈이었다면, 반복되는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일상의 발명가입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소설가’가 꿈이었다면, 친구의 생일에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쓰는 순간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가입니다.


잊지 마세요. 거창한 성취만이 꿈의 실현은 아닙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나갈 때,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꿈을 닮아갑니다. 회사의 프로젝트에서 동료를 돕는 일, 주말에 작은 화분에 꽃을 심는 일, 잠들기 전 감명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필사하는 일 모두가 나의 꿈을 실현하는 소중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곳곳에 흩어진 꿈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이어 붙일 때, 우리의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그림이 됩니다.




마치는 글: 당신의 모든 계절을 응원하며


꿈에는 정해진 모습도, 유효기간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 청춘의 꿈, 그리고 중년의 문턱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꿈까지, 우리의 꿈은 삶의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의 꿈이든, 그 꿈을 꾸고 있는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오늘 퇴근길에 혹은 잠들기 전 잠시 동안 딱 한 가지만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어린 시절,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친구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기…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리고 상상해보세요. 그 즐거웠던 기억의 조각을 지금 당신의 삶 속에 어떻게 작게나마 녹여낼 수 있을지.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잠들어 있던 당신의 꿈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테니까요. 당신의 모든 계절과 그 계절마다 피어날 새로운 꿈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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