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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15. 2024

003. 더 나은 사람

<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를 읽고


서평 : 책의 내용에 대한 평.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과 가까이하며 살았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 책을 좋아하는 건지 모를 만큼 책을 사모으는 편인데 서평은 자주 쓰지 않았다. 병렬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완독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변명을 해본다...?)


지난해부터 매일필사를 하면서 완독을 하고 나서 필사를 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평도 쓰게 되었다. 쓰는 일은 늘 어려워서 서평을 쓸 때면 머리를 쥐어뜯곤 한다. 지난밤부터 두 권의 책을 마저 읽고(심지어 어제 다 읽었네? 하핳하하하) 서평을 쓰고 나니 5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글을 쓸 때면 감정과잉상태가 되는데 이번 책을 특히나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꽤나 감정소모가 컸다. 지난 새벽을 함께 지새웠던 책서평으로 오늘의 글쓰기를 대신하기로 한다.



더 나은 사람

_ <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를 읽고


사람과 사랑과 삶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써 내려간 재은의 글을 읽으며 나의 두려움도 떠올린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후회만이 남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미래를 꿈꾸기보다 과거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과거에 붙들려 후회하고 체념했었다. 나를 좋아하지 못했으니 나의 삶도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내릴 선택보다는 과거의 선택을 복기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썼다. 오늘을 좋아하지 못해서 그랬다. 나를 좋아하지 못해서였다. p.113

사람에게 기대하면서 사람을 경멸했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믿지 않았다. 내 안에는 여전히 약하고 미성숙한 어린아이가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숨어버린 유약한 존재가.  

■ 나에게는 여전히 아이 같이 천진한 부분이 있고, 아이처럼 미성숙한 모습이, 자라지 못하고 방치된 어린 시절이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속 깊숙이 밀어 넣은 여린 살이. p.127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나를 좋아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나 자신보다는 상대방에 맞춰가다 보면 나를 잃게 된다. 나를 잃어버리고서는 나를 좋아할 수도,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다. 타인의 작은 마음에도 마음이 녹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크게 상처받기도 했다. 기대하는 것보다 체념하는 것을 먼저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그렇게 너를 보고만 있으면, 너를 따라가는 데 급급해 내 속도를 잃게 돼. 나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없고, 네 앞에서는 나 자신이 되는 게 어려워. 너무 간절한 것 앞에서 나는 좋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역시 원하는 건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지레 포기하는 마음이 돼. p.22

■ 그런 날들 속에 타인의 얼굴은 유일한 쉴 곳이 되어주지만, 나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 타인의 목소리와 온기로 가득 찬 내가 정말 나라는 착각을 하다가,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나는 혼자서는 걷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비틀거리지. p.25

나를 좋은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과 나의 나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내게서 떠나버린 사람,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의 모난 모습들을 기억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기를 바라게 된다.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너를 미워하겠어,라는 어리석고 나약했던 나의 과거를 쓰다듬는다. 후회와 체념으로만 점철된 삶이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희망과 긍정의 기운으로 받아들이기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지난날들이 후회뿐이었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내가 스스로 밀어내고 겉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오늘 당장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내일은 또 다를 거라 믿어본다. 나이만 많아진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조금은 휘청대더라도, 절뚝거리는 발거음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이 무섭고 두려워도. 사람이 밉고 힘들어도. 삶이 꽃길만은 아니어도.

삶을 힘껏 껴안으려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사랑하면서. 그러지 못한 나를 미워했던 나도 안아주면서. 이제는 조금은 다정해진 나라고 믿으면서.



나는 이제 그래. 오늘 내가 잃은 것, 하지 못한 것보다 오늘은 우리가 사랑하지 못했더라도, 내일이어도, 그다음 날이어도 괜찮으니까 당신을 그리고 나 자신을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 곁의 당신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보다 당신을 위해서 좋은 사람이고 싶어지는 마음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사랑하는 마음 같아.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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