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잔상만을 붙들고

절연, 이병률

by 하리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한 번 보았기 때문
심장에 담았기 때문

절연, 이병률
<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시였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여전히 좋고 아직도 아프다.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게 지금의 당신은 아니겠지. 흐릿해져 버린 잔상이겠지.


나는 두려움도 의심도 많은 인간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잔상을 자꾸만 움켜쥐려 하는 건 여전히 뒤만 보는 어리석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어리석고 답답하고 바보 같아서 그저 눈을 감을 뿐이다. 눈을 감아도 보이지만 그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으므로.


기억은 심장은 익숙한 듯 다시 그때로 나를 데려간다.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는 거 진짜야?

잔상이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잘못 얼어버렸나 봐.

발밑이 얼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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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