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 Jun 04. 2024

022. 이제는 좀 나아가자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고

바라다

1.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

2. 원하는 사물을 얻거나 가졌으면 하고 생각하다.

3.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


“잘 지내기를 바라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때 무척 슬퍼본 사람일 거다.”


#잘지내기를바라는마음

#김미현

#사랑으로


<가끔 작은 슬픔에도 지독하게 나를 밀어 넣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그럴 때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생활하는 일을 가장 먼저 잊어버렸다 건강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일이 늘 아슬아슬하게 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천천히 다시 평온을 찾는 동안 만났던 이야기들을 실었다. 각자의 방에서 잠을 설치며 보내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잘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낸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작가의 책소개가 무척 마음에 와닿아 책을 주문했다.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잘 지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걸 바라는 마음 또한 무엇일까. 잘 지내는 것에 대해, 바라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유난히 쓰기 어려운 밤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고민해 본다. 나는 잘 지내는 것 같기도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무심한데 어떤 면에서 무척이나 예민하다. 예민해서 타인의 기분이나 마음을 잘 알아챘다. 그중에서도 아픔이나 슬픔이 잘 보였다. 예민해서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부분도 오래오래 담아두고 상처받고 괴로워했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서는 더 예민했는데 나의 행동 하나하나, 생각 한 조각 한 조각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풀어져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마음의 방이 많았던 탓이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많이도 외로웠다. 외로움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낸 견고한 벽이었다. 높고 견고한 벽 너머에 숨겨둔 그 마음을 끈기 있게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 같으면서 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철저히 검열하기도 했다. 그건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잘 지내기를 바랐다. 오롯이 나 혼자서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절박하게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절박한 마음이 나를 얼마나 상하게 하는지(p.106)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애타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p.106)이 나를 사랑할 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없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잘 쓰고 싶어서 절박한 마음이었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애가 타서 절박한 마음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쓰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다. 쓰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늘 두려운 나는 매번 도망치기만 했다. 지금도 여전히 도망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도망치면 결국은 다시 제자리다. 아니다. 제자리에서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뒷걸음질만 치는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을 때가 뒷걸음질 쳤다가 다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간다. 도망치고 싶지 않다. 도망치던 나를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절박하기보다 담담하게 나를 보고 싶다. 그래서 도망치는 나도, 나아가는 나도 오롯이 나 자신임을 인정하면서 그렇게 나를 밀어주고 싶다. 내가 바라는 내가 될 수 있도록.


**사는 동안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고꾸라질 수 있다는 걸 아는 동시에, 단지 살아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랑과 몰입, 기쁨과 슬픔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 있고 싶다. 이렇게 깊이에 대한 갈망을 떠들지 않아도 내 글에 자연스레 그런 태도가 배어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p.21


**진실로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되는 것이다. 내 안에서 태어난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빈틈없이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p.11



매거진의 이전글 021. 끄적끄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