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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07. 2024

025. 다정은 체력에서

우리의 거리



거리

1. 두 개의 물건이나 장소 따위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길이.

2. 일정한 시간 동안에 이동할 만한 공간적 간격.

3.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간격. 보통 서로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다고 느끼는 감정을 이른다.


언젠가 트위터에서 큰 공감을 불러왔던 문장이 있다. 워낙 유명해져서 인스타그램에서도 종종 보인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는 지갑에서 나오고 과시는 결핍에서 나온다.

_ 부아C


다정은 체력에서,라는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았는데 다정이라는 건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장착된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옵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다정한 사람이 있을까. 다정과 애정을 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 다정한 어른이 된다. 다정은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도 있고 타인에게서 받아 채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축적된 다정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고 그런 상태로는 한결같이 친절하고 다정하기는 어렵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을 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도 싶지 않을 때면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을 신경 쓰고 챙겨줄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는커녕 나 자신조차도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주 동굴 속에 숨고 싶고 나락에 떨어져 뭉개는 나에게는 냉소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자기 비하와 인간혐오를 가득 품은 흑화된 내가 불쑥불쑥 나온다. 다정했던 나는 잠시 사라지고 못난 내가 힘이 세진다. 그럼에도 다정은 전염성이 강해서 다정함은 다정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지치면 나를 다정하게 일으켜주는 사람이 있고 당신이 지치면 내가 다정하게 당신을 일으켜 줄수도 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은 없다. 그러나 지치더라도 애정이 있다면 움직인다.(애정의 크기가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생각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면 그만큼 만나기도 어렵고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면 마음의 거리도 멀어질 것이다.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알고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직접 만나지 않고 오래오래 잘 지내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은 거리를 좁히는 일이고 만나서 함께하는 시간은 애정의 척도가 된다고 믿는다. 다정이 체력에서 나오듯 만남 역시 체력이 동반되는 일이다. 세 시간을 운전해서 만나러 가는 것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내가 좋아하면 갈 수 있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다정을 주고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니까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해도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서서히 멀어지는 일도 있겠다. 관계는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취향이나 성향이 다름을 극복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일도 있듯이.


우리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나 혼자만 가깝다고 여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멀어져 버린 거리를 나 혼자 달려가며 좁히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매일쓰기 25일차. 글이 매끄럽게 써지지 않는다. 좀 더 제대로 정리해서 쓰고 싶은데 어렵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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