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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24. 2024

042. 좋아하는 게 다 있어

비슷해서 다르고 비슷해서 아픈

비슷하다

두 개의 대상이 크기, 모양, 상태, 성질 따위가 똑같지는 아니하지만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많은 상태에 있다.


비가 올까? 우중충하고 흐린 하늘. 바다로 간다. 너에게로 간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안개로 가득한 산등성이. 비는 어느새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 50년의 세월이 전시된 사진전. 아름다운 풍경을 주워 담는다. 꽃과 달과 풀과 바다. 우리는 이 바다를 사랑해.


조용한 시골마을. 칼국수 한 그릇. 면사무소 오래된 나무 아래 바람 소리. 격자무늬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풍경. 사람은 넘치는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본다.


물이 빠진 바다를 바라보는 걷는 시간. 바람이 세차게 불어 흔들리는 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 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 우리는 이 소리를 사랑해.


솔드아웃. 이 자리는 우리와 안 맞는 곳인가 봐. 다시 바다로 간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진다. 눈앞에 펼치는 너른 바다, 그리는 반짝반짝. 갑자기 찾아온 윤슬. 이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다시 어두워지는 하늘. 사라져 버린 윤슬. 찰나의 순간. 지나가버린 순간을 그리워한다.


너는 한결같이 귀엽구나. 아기고양이는 폴짝 뛰어오르고. 거울 속에는 나 혼자뿐. 아기 고양이가 할퀴더라도 이리온. 나의 귀여운 고양이. 주황의 능소화는 폭우에 떨어지고. 주황은 상큼해. 파도를 타고 싶어지니까. 여름은 싫지만 여름을 좋아해. 파도가 높으니 조심해. 파도에 휩쓸려 모든 게 다 사라져 버렸잖아.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어째서 빛이 사라졌지. 회색바다가 되어버렸어. 뒷모습은 여전히 혼자. 뒷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돌아보면 내 심장은 쿵 떨어지지. 아름다운 바다만 보렴. 이순간 평온을 즐기자.


참 손이 많이 가네? 어디 가서 허술하다느니 빈틈을 보이는 사람이 아닌데 나는? 나를 편히 보일 수 있는 사람 앞에선 허당이 되는 거래.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 가만히 기다려. 기다리는 게 생각보다 지루하네? 키득키득.


우리는 너무 비슷해서. 생각이 많아서.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건 다 돈이 안돼. 취미나 하라지. 지금에 만족할 수 없단 말이야.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달리는 시골길. 차 안에는 우리의 단어들로 가득해. 콜록콜록. 아프냐 나도 아프다. 저 멀리 바다 위 다리가 보여. 어느새 주변은 깜깜해지고. 다리의 야경이 아름다워. 오래오래 가만히 바라만 봐도 좋겠다.


바다와 비. 맛있는 음식. 커피와 디저트. 푸른 숲. 바람 소리. 책과 사진. 노을과 야경.

좋아하는 게 다 있어.

마음만 없지.

아니.

마음만 안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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