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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24. 2024

043. 자신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나의 색깔은 무엇일까?

색깔 
1. 물체가 빛을 받을 때 빛의 파장에 따라 그 거죽에 나타나는 특유한 빛.
2. 정치나 이념상의 경향.

얼마 전 친구와 "자신을 색깔로 표현하면 어떤 색깔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읽었던 책에 나온 문제였다. 색깔을 통해 심리를 분석할 수 있고 나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친구는 나를 생각하면 빨강이 떠오른다고 했다. 요즘 내가 워낙 초록에 빠져있어 초록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역시 너는 빨강이야."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빨강은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나와는 너무 안 어울리는데? 친구의 느낌은 달랐다.(역시 너는 독특하다) 뜨겁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한 느낌의 빨강이란다. 불꽃처럼 무서우면서 모닥불처럼 따뜻한 느낌이라는 친구의 말에 조금 납득이 되기도 했다. 나는 금세 불타오르기도 하니까. 불타오르면 너무 뜨거워서 가까이 다가오기보다 물러나기 마련이다. 불꽃처럼 무서운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의외로(?) 기준이 분명한 편이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힘들어하지만 사람들 안에서 아예 말을 못 하는 사람도 아니다. 말할 때 아주 냉정하게 말할 수도 있고 눈빛과 표정이 매서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뜨거운데 차가워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작아지고 부드러워지는 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뿐이다.

친구는 나를 빨강이라고 했지만 나는 나를 생각할 때 회색이다. 요즘 나의 감정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회색이라고 말하자 친구는 놀란다. 전혀 아닌데? 내가 나를 회색으로 보는 건 뭔가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어서는 아니다. 회색의 흐릿함. 흰색처럼 너무 밝지도 않고 검은색처럼 너무 어둡지도 않은 애매한 중간색, 회색이 나 같다. 얼마 전에도 어중간한 나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때도 회색을 생각했었다.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고 분명한 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 진지하고 성숙한 사람이고 싶지만, 침울하고 색이 없는 흑백사진 같은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 회색 같다고 생각했다. 회색 같은 나에게 색을 입히고 싶어서 초록의 숲을, 짙푸른 바다를 찾아다녔다. 초록과 파랑 안에 스며들며 초록 쪽으로, 파랑 쪽으로 좀 짙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보라색이다. 나는 보라색이 나를 나타내는 색이기를 원했다.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울과 광기가 느껴지는 보라색을 동경했었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싶었던 거겠지. 내가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는 언제가 거리가 멀고, 그런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다고 나를 바꾸거나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자책하거나  자기합리화하거나, 자기혐오와 자기애를 극단적으로 감싸 안으며,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와 어울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나와 어울리고 나에게 맞는 것을 좋아하면 된다. 내가 보라색의 느낌이 없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나는 회색인데 왜 빨강이냐고 따질 이유도 없다. 빨강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회색이라고 알아주는 사람도 있고 보라는 아니라며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색깔도 언제든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당신의 마음과 시선에 달렸다.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는 나는 어떤 색깔일까.


**사진을 보니 원색뿐이구나.

밝고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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