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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25. 2024

044. 사랑이 부풀어 오르길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읽고

부풀다

희망이나 기대 따위가 마음에 가득하게 되다.


시인을 북토크에서 만났다. 시인의 시보다 시인의 산문집으로 만났다. 시인은 맑고 투명하다. 시인의 글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시인의 눈빛이 선하다.
시인의 산문집에는 사랑으로 빛났다. 문장들이 아름다워서 어쩐지 자꾸 눈물이 났다. 시인의 엄마가, 시인의 할아버지가, 시인의 비구니가, 시인의 동생이 모두가 선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인의 시를 읽어야 했다.


시인의 시집은 몽글몽글 맛있는 냄새가 난다. 빵 굽는 냄새, 콩국수, 떡, 수육, 바게트 같은 음식이 들어있다.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먹으며 가까워진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에는 다정함이 묻어있다. 부풀어 오르는 빵반죽처럼 사랑도 같이 부풀어 오르겠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사랑의 상실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폭죽같이 사랑이 터져 나왔다. 죽음에 대해 말하는데 맑은 슬픔이 느껴진다. 시인의 인터뷰가 마음을 울린다. 감히 밝게, 환하게, 사랑을 쥐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르고 싶었다던 시인의 말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 죽어도 계속되는 사랑의 깊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서도 사랑이 가득했음을, 키워준 사람들의 빛나는 사랑을 자꾸자꾸 말하는 시인이기에 시인의 시집이, 산문집이 그리도 맑고 투명했구나. 그 선함이 시인의 문장을 뚫고 나의 마음으로 달려드는구나.

■ 감히 밝게, 환하게, 사랑을 쥐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쓰다 보니 자꾸만 사랑 시가 나왔고 말갛고 밝게 그린 죽음이 나왔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계속 보고 싶으니까요. 길 걷다가도 펑, 울며 환해졌어요. 내 안에 ‘받은 사랑’이 이렇게나 많아서 곡진하게 슬픈 거구나 싶었어요. 차곡차곡 제가 받은 그 사랑을 초를 켜듯 써보고 싶었어요. 죽어도 계속되는 게 있잖아요. 살아도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텅 빈 채로 향기롭고 가득한 것. 저를 키워준 사람들의 빛나는 사랑을 자꾸자꾸 말하고 싶었어요.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이제 마음에 사랑이 없어졌어?라고 묻는 사람을 떠올린다. 강물처럼 흐르고 일렁이는 눈빛이 그리워지는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고 믿었던 순간도 떠올린다. '사랑은 강물이죠 눈빛이 일렁이죠 사랑은 사람 속으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p.32 페이스트리 )'

'다친 마음과 벌어진 입을 위해 기꺼이 날아와 밤의 상처에 날개를 덮는(p.39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 게 사랑이겠다. '사랑이 으깨져 사랑의 맨살이 짓물러갈 때 내 속에는 사랑의 장대비가 맨살을 때리고 여름을 흔들고(p.55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 으깨진 사랑도 짓물러간 사랑도 괜찮다.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p.29 연육 )' 으니까. '세상을 다 태워도 꿈은 타지 않(p.15 아름과 다름을 쓰다 )으니까.

■ 그러니 나랑 꽃 보러 같이 갈래요
손끝으로 얼굴 쓰다듬으며 나랑 같이
책 보러 강에 갈래요(p.69 노랑 )

찾지도 않으면서 보지도 않으면서 그저 무서워 숨기만 하고 모른 체하고 도망치기만 하면서 없다고 믿으니까 사랑이 없지. '사랑은 사람 속으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p.32 페이스트리 )' 자꾸자꾸 사랑을 말해야지 더 많이 바라봐야지 눈빛으로 목소리로 손으로 품으로 그렇게 다가가야지. 그래야 보이지. 그래야 마음 안쪽에 사랑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지.

■ '이 책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니까. 독자분들이 읽으시고 마음 안쪽에 사랑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면 좋겠어요. _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시가 사랑이 없다고, 사랑을 못본채하는 마음을 밀어낸다.

그렇구나.

있는 거구나.

사랑.

■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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