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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May 13. 2024

001. 단어채집을 시작하게 된 이유

100일 글쓰기 챌린지 시작

단어채집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지난 토요일 '김현' 시인을 만났다. 작은 책방에서 북토크가 있었고 그곳에서 시인을 두 번째로 만났다. 시인은 자기화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기화한 언어는 내 안의 어떤 것들을 정리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더 넓게 사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어채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전적 정의를 시작으로 자신의 일상에 단어를 채집하여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렇게 단어를 채집하다 보면 내가 쓰는 단어의 결을 알 수 있고 어떤 단어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채집한 단어를 통해 나의 기분이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이번 글쓰기챌린지는 단어채집으로 정하기로 했다.

오늘 100일간의 글쓰기챌린지를 시작한다. 일주일간 마음을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쓰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루종일 단어를 생각했다.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단조로운 일상에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써야겠다.


시 

: 문학의 한 장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이다. 형식에 따라 정형시ㆍ자유시ㆍ산문시로 나누며, 내용에 따라 서정시ㆍ서사시ㆍ극시로 나눈다.


나는 글쓰기가 두렵다. 글을 쓰는 게 너무 무섭다. 나의 감정을 풀어내는 게 힘들고 한없이 가라앉는 우울이나 이유 없는 슬픔 같은 것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나의 글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겠나. 밝고 즐겁고 행복한 척하는 나보다 슬프고 우울하고 서러운 내가 더 나에 가까운 것을. 나는 나를 오래 미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으로 살았다. 이런 내가 한없이 미워질 때면 시를 읽었다. 귀가 윙윙거리는 고요한 새벽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다. 그럴 때 책을 읽었고 그중 시를 많이 읽었다. 시를 읽고 나면 조금은 나를 좋아할 수 있었다. 시를 읽는 게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지만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읽고 또 읽었다. 설령 그것이 오독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이해한 대로 시를 읽었고 시를 필사했고 시를 사랑했다. 시를 읽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번 쓰고 절망하고 쓰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면서 이렇게 또다시 쓴다. 여전히 어렵지만 일단 쓴다. 볼품없는 문장으로 가난한 마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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