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해
이 정도면 중독이야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
출근을 하면 인사도 하기 전엔 과장님이 말한다.
토스 켜!
그제야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마가 시작되고 아침이면 몸이 너무 무거워서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번 주는 컨디션난조가 예약되어 있는 주간이라 더 힘들다. 아침에 먹을 빵은 신나게 챙겼는데 휴대폰은 책상 위에 두고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일단 업무를 시작한다. 장마가 시작되고 오전에는 일이 바쁘지 않아서 여유가 있다. 평소에는 간밤에 써놓은 필사를 업로드하고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고 스레드도 보고 인터넷서점도 구경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휴대폰이 없으니까 자연스레 책을 읽었다. 요즘 책을 읽는 게 재미가 없는데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천선란 소설이 술술 읽혔다. 읽고 있는 책은 <어떤 물질의 사랑>이다. 천선란 작가의 책은 SF인 듯 아닌듯한 느낌인데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내용이라 그런 것 같다. 휴대폰이 없는 데다 일이 없었던 오전이라 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시간에 집에 다녀와 휴대폰을 가져왔다. 오후에는 바빠서 휴대폰을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틈틈이 휴대폰을 보는 나 자신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으이그, 인간아!) 오후가 빠르게 지나가고 퇴근시간이다. 강제디지털디톡스의 하루다.
오늘은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카페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니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것이다. 카페에 가도 책 읽는 시간보다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서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다. 오전에 읽다만 천선란 소설을 마저 읽었다. 몰입도가 높아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수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읽었다. 단편 2편을 남겨두고 서평단도서도 읽었다. 정재경 작가가 말했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매일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은 날에도 한심한 글을 쓴다고 느껴질 때도 기어코 쓰는 나의 애씀에 대해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조금 기운을 얻었다. 오늘은 강제로 디지털디톡스를 체험했지만 이제 자발적으로 디지털디톡스를 실천해 봐야겠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휴대폰보다 주변을 좀 더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