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빠생각? 아빠생각!

비단구두가 행복한 아이템이었을까?

by HARI

3년 만에 만난 가족.

특히 아이들을 보니 3년 동안 너무 커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질 때 막내는 아기 같았는데 사춘기소녀가 되어서 안아보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3년간 택배로 보낸 물건들이 막내에겐 어울리지 않는 아동용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성장한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수술이 잘되고 금방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린 3년의 시간 동안

많은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르는 그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전설적인 영화 [우뢰맨 2]에도 삽입된 곡입니다.

영화 자체는 정말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우뢰매 1의 흥행여파로 단기간으로 만들어진 영화

그러나 거기에 등장하는 스토리가 신파적인 매력이 강했던 그 당시 어른들도 사로잡게 되었는데

가난한 오빠가 아픈 동생에게 약속한 선물을 훔치다가 벌어진 스토리 진행인데 어린 시절에

저도 보면서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수 떨어집니다
- 오빠생각 -

아마 누구나 그러겠지만 소중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막내가 아빠가 없었던 동안 자신에게 위로가 된 웹툰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들로 채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프면서도 다행히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아프고 큰 수술을 여러 차례하고 보니

그동안 행복의 추구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어느 정도 경제력은 갖추어야겠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마다 가치는 다 다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예전에 행복하다고 느끼던 순간들은

SNS에 올려진 멋진 사진과 같은 장면들이나 그 속에 있지 않아도 존재했습니다.

우뢰매 2에서 소녀는 인형을 갖고 싶어 했지만 그보다 사실은 오빠를 만나는 것을 기다려왔습니다.

가끔 행복을 아이템을 통해서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면서 보낸 시간들도 우리는 웃고 이야기하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런 시간들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다른 것들을 추구하게 될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그게 틀리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추구했던 삶에서 비례해서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는데

그게 너무 후회됩니다.

인생에서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사실 그렇게 길지 못합니다.

이제 아이들도 곧 성장해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독립하고 각자 삶의 여정을 떠나겠죠.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찰나의 행복입니다.

그 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영원한 슈퍼맨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함께 하는 동안 친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힘든 순간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 한 두 명 정도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돌아와 다시 가나, 곧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