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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행복한 시간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by HARI

젊지 않은 나이. 대부분 이 나이에 이룬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8년의 투병시간은 모든 재산을 소진하고 빚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초긍정적인 마인들을 가졌던 저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전성기가 있을 것이고 그 시절이 지나기 시작하면 안정적으로 가는 게 순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인생은 참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래도 좋은 부모님 덕분에 어떤 절망 속에서도 긍정회로를 돌리면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다만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참으로 가득하기는 합니다.

이번에 집에 가서 그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던 구석구석 청소를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방학하기 일주일 전이라서

학교에 간 동안 열심히 청소를 했습니다.

정리정돈을 해가면서 오랜 빈자리를 채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소녀가 된 막내도 안아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지내면서

웃고 삐지고 지금 저의 간절함을 모를 만큼 젊은이의 특권을 누리고 있었죠.

누구나 그 시절에는 지금의 간절함을 모르는 만큼 두려움이 적어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어린 사람들을 보면 그저 이뻐 보인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생판 모르는 젊은 아이들을 볼 때도 이쁜 시절을 보낸다고 흐뭇해지는데

자식이야 두 말할 것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의 고난도 있음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무게감도 동시에 있음에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잠드는 밤이면 다시 일어나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고 내일의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편안한 오늘의 밤을 맞이하고 기대하는 내일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받는 날이면 더 청소를 합니다.

적어도 다음날 일어나 정돈된 방에서 일어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아침을 매일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강요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은 경험상 배웠으니깐요.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저보다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잔소리를 하진

않습니다.

사실 저 나이에 제 자신을 돌아보면 훨씬 더 잘하고 있는 게 틀림없으니깐요.

어리다고 해서 모르지도 않고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늘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내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때로는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다려줘야 합니다.

제가 이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인생의 극히 일부일뿐이니깐요.

1년 중에 단지 15일이었고 내내 청소를 했지만 그 시간은 무언의 쓰다듬이었습니다.

이렇게나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행복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담아지고 생각만으로도 가득 차 피어오르는 꽃밭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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