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왜 부부를 시험대에 올릴까(2)

아들을 놓아주세요!

by 이혼광탈녀

명절이 힘든 이유는 시댁 때문이 아니다


시댁과 처가 갈등은 종종 부부 관계의 상태를 드러낸다.
부부 사이가 단단하면 외부 관계는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둘 사이가 느슨하면 그 틈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Bowen은 이를 ‘삼각관계’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불안을 견디지 못할 때 제삼자가 끼어들어 균형을 만든다.

부부가 직접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부모에게 흘러가고,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려다 개입한다.
그 순간 갈등은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네 사람의 문제가 된다.


명절은 그 구조가 가장 선명해지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덮어둘 수 있던 갈등이 차례상과 선물, 인사말 속에서 드러난다.
어디에 더 오래 있었는지, 어디를 먼저 갔는지, 용돈은 얼마였는지.
겉으로는 예의의 문제 같지만, 속으로는 거래와 계산의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내 편인가?”


시댁 갈등은 부부 관계의 ‘분화 수준’과 ‘경계 설정’ 문제에서 발생한다. 분화 수준이란 앞서 설명해듯이 "심리적인 분리"이다.

경계설정은 부부는 하나의 관계이고, 부모는 외적 관계임으로 관계마다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내 편인가? 그럼 시댁문제가 그렇게 화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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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결혼했다고 해서 두 집안이 바로 한 가족이 되는 건 아니다. 가족은 사실 오랜 시간 쌓인 애착의 결과다.
법적으로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정서까지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다.
정서적으로는 아직 남인데, 구조적으로는 가족 역할을 요구받는다. 참으로 어려운 역할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한다.
손님이다. 가족이 아니다. 예의를 갖추고 대접하는 사람이다. 며느리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굳이 가족이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예의 있는 어른 관계면 충분하다.
억지로 다정하려 하지 말고, 기본을 지키는 관계로 두는 편이 오히려 건강하다. 기본만이라도 하자.

거리가 확보되면 감정 소모도 줄어든다.



진짜 문제는 어디에 있나


명절 갈등의 해결책으로
“올해는 처가 이틀, 시댁 이틀” 같은 합의가 나오기

도 한다.
방문 횟수, 체류 시간, 용돈 액수. 필요한 조율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핵심은 배우자와의 관계다.

배우자가 나의 1차적 정서적 동맹인지,
아니면 여전히 부모가 그 자리에 있는지.

아직 부모의 정서적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다면,
결혼은 조금 미루는 편이 더 솔직할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삶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상태에서는 배우자에게 안정감을 주기 어렵다.

시댁·처가 문제를 줄이고 싶다면 먼저 부부 사이의 불안을 다뤄야 한다.


독립된 부모가 되기 위해


세 살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생각한다.
이 아이가 언젠가 자신의 가족을 만들 때,
나는 그 선택을 온전히 존중할 수 있을까.


지금은 솔직히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사랑은 붙잡는 감정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한 발 물러서는 태도에 가깝다.


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될 즈음,
나는 조언은 하되 결정은 넘길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일지도 모른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님들, 아들 좀 놔주세요.”


시어머니가 아닌 내 차례가 곧 올 거라는 예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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