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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Sep 11. 2024

도착한 너의 세계(1)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1(처음 ~36쪽)

"로봇은 왜 창조론에 매혹되는가(p18)"


이 이야기의 세상에 당신은 없다. 나도, 우리의 종족도.

이 곳의 주인은 로봇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했다. 인간이라는 오만의 잣대로 생명과 비생명을 가르고, 가치와 무가치를 가르며, 결국은 지구를 참을 수 없이 뜨거운 곳으로 만들었다.  


인간은 너무 오래 '기준'의 주인으로 살았다.


'유기물도 생물'이라는 말이 이 세계에선 반역이나 혼돈의 말이라면,

생물의 필수 조건이 칩을 소유해야 하고 공장에서 태어나야 하는 그런 세상이라면,

당신도, 나도, 분명 무생물이다.   


모델명의 자릿수에 따라 차별되고, 자릿수 상승의 압박으로 성형을 하는 로봇들이 관절에 오일을 치며 창조론과 진화론을 말하는 이 세계. 친숙하면서 낯선 이 세계에 느닷없이 끼어든 나는 당황스럽다.


한국의 SF가 이토록 진화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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