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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Sep 13. 2024

도착한 너의 세계(3)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3(67~108쪽)

"우리가 너무 로봇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p78)


10만 년 전 멸종한 유기생물을 되살려내려는 몇몇 로봇의 노력은, 로봇의 눈을 벗어던지는 순간 진전한다. 그들의 편견과 상식을 넘어서는 사고만이 그들을 목적 앞으로 이끌었다. 가령 물과 산소 공급을 선택하는 순간이 그렇다.  


물은 강력한 반응성을 지닌 물질로 로봇의 녹슮병,  문둥병 등 질병의 창궐을 일으킨다. 산소 또한 그렇다. 로봇의 전신에 버짐이 피게 하고, 몸이 녹슬어 작동 불능이 되어 죽게 한다. 산소 발생 사고 지역은 죽음의 지대로 남는다. 물과 산소는 로봇의 수명을 급격히 줄이는, 로봇에겐 치명적인 재앙이다.  


녹색식물을 살리는데 필요한 것, 그 중요한 요소로 산소를 거론하며 주인공 케이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 같은 고온이 식물을 키우고 반응성이 무시무시한 물이 양분이 되는데, 어째서 산소의 연소 능력이 에너지를 내기 위해 쓰이지 못한다는 거죠?"(p92) (*지금 이곳은 빙하기이며, 섭씨 -88.5도쯤 된다.)

케이가 로봇의 관점을 벗었을 때 산소의 필요는 비로소 발견됐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은유로 보지 말기를 바랐지만 나는 익숙한 세상을 버리지 못한 채 끝내 은유로 읽었고, '인간의 기준과 관점'에 대해 생각했다. 


로봇 세계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하며 감정 표현에 섬세한 네 자릿수 로봇인 케이는, 녹색 식물에 이은 육상 동물 복원 계획에 대해 말한다.

"로봇을 닮은 유기생물을 만들어보려고 해."(p107)

"땅을 밟고 걸어 다니는 유기생물을 만들어낸다면 상자에 넣어서 관상용으로 쓸 수 있을 거야. 잘하면 장난감으로도 쓸 수 있겠지."(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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