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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Sep 17. 2024

도착한 너의 세계(7)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7(186~223쪽)

(제3편) 종의 기원담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


"지난 세기에 우리는 로봇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다. 머잖아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정복하고 신과 같은 자리에서 지혜의 회로를 이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P190)


로봇은 차별한다. 기종 차별이 철폐된 후에도 여전히 차별은 온존한다. 학문, 능력주의, 공정의 이름표를 달고 교묘하게. 로봇은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고 쾌락에 탐닉하는 존재다.  


인간은 초현실적인 괴물이다. 인간을 대면한 로봇은 '본능에 각인된 불합리한 갈망'으로 인간을 경배한다. 인간은 자신과 접촉한 모든 로봇의 의지를 꺾고, 그들을 자신의 발아래 굴종시킨다.  


'인간의 내면에 로봇과 유사한 세속적인 탐욕이 들어앉는다면, 비대한 자의식과 쾌락에 탐닉하는 욕망이 자리 잡는다면'. (P223)

케이가 인간의 생존을 두려워하는 이유이며 인간을 포함한 유기물질을 없애는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다.

'감각이 다르다는 건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뜻'(P217)이다. 인간과 로봇도 그러하다. 인간과 로봇, 서로의 두려움이 만나면 상대의 존재를 허용할 수 없다. 상대는 나의 생존을 위협한다. 케이에게 인간은 로봇계를 망치러 온 아름답고 치명적인 괴물이다.  


상대를 해칠 의도가 없음을, 내가 너와 함께 이 땅 위에 존재할 것이란 믿음을 보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지구 위에 로봇과 인간이 함께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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