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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Sep 19. 2024

도착한 너의 세계(9)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9(262~305쪽)

나도, 내 이 종(種)도, 너희와 같은 생명으로서, 동등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한다. 그것이 모든 생명을 가진 자의 권리이자 자격이므로. (P305)


로봇은 언제가 지구에서 사라진다. 

로봇이 사라진 자리는 유기생물이 채울 것이다.

그날이 아직은 로봇에게 당도하지 않기를, 

그날이 잠시라도 늦춰지기를,  

먼먼 언젠가 진화의 수레바퀴가 로봇을 다시 이 땅으로 이끌어주기를.  


케이는 신성의 후광이 걷힌 인간의 모습을 본다. 

누추하고 무력한, 나무와 풀과 다르지 않은 그 존재들을. 

추앙이 사라지자 인간은 있는 그대로 애틋했다. 


인간은 전능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공진화의 장으로 걸어왔다. 

서로의 존재가 위협이 되지 않게 

로봇과 인간이 동등하게 

경애도 증오도 없이 그렇게 

두 이종(異種)의 자아를 지키며 그렇게…….


*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을 조금씩 나눠 다 읽었다. 인간이 없는 지구를 사는 로봇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인간의 눈을 장착하고 책상으로 돌아온 지금, 인간의 미래와 지구의 현재를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추석에도 물러나지 않는 타는 듯한 더위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하듯, 먼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멸종에 대해 논하는 로봇들의 일상을 자꾸 상상하게 된다. SF 독후 후유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인간과 지구의 현실이 너무 참담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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