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도 가로도 없다

다치바나 다카시 『우주로부터의 귀환』

by 장소록
“우주 체험을 한 뒤에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러셀 슈와이카트(아폴로 9호 우주 비행사)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 청어람미디어


'우주 공간에는 세로도 가로도 없다. 우주 공간에 나가면 '높이'는 의미를 잃는다. 모든 벽면이 균등하다.'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지 않은 채 오랜 세월을 지구 내부에서만 성장하고 역사를 이어왔다. 인간의 의식은 '지구적인 국지성'에 의해 형성되었다. 지구를 세계의 한가운데로, 인간을 그 세계의 주인으로 상정한 채. 그러나 우주의 눈으로 보면 지구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천체 중 작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는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인간은 작은 지구의 일부이다. 실제로 우주에서 보면 지구의 인공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보이는 건 자연 뿐. 인간은 스스로의 생각처럼 그리 큰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1981년 8월~9월에 걸쳐 미국 각지를 돌며, 전 우주 비행사 12명을 취재한 결과를 정리한 리포트이다. 우주 체험이 인간의 의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기획이다.


모든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 체험의 영향으로 내면적인 변화를 겪는다. 몇몇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대부분은 나서서 말하지 않을 뿐이다. 우주 비행사 중에도 달에 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달 표면을 걸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험과 영향은 달랐다. 경험의 크기가 변화의 크기였다.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허무는 완전한 암흑으로서, 존재는 빛으로서, 즉물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존재와 무, 생명과 죽음, 무한과 유한, 우주의 질서와 조화라는 추상 개념이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즉물적으로, 감각적으로 이해된다. 역사상의 현자들이 정신적·지적 수련을 거쳐 겨우 획득할 수 있었던 감각을 우리들은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행위를 통해 쉽게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드가 미첼(아폴로 14호 우주 비행사)" p328


우주 비행에서 돌아온 후 누구는 정신 이상을 일으켰고, 누구는 달 세계의 풍경만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누구는 전도사가 되었으며, 누구는 초능력 연구자가 되었다. 시를 쓰거나, 비즈니스맨이 되거나 정치가가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그들은 새로운 세계의 경험으로 국지적 시각을 벗어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체험의 내적 의미를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 체험을 통해 지구에 대한 인식이 놀랄 정도로 확대되었다. 지구를 눈앞에서 하나의 전체적인 형상으로 확인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지구와 인간의 전체적인 관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었다.


1970년 4월 11일, 아폴로 13호는 발사 후 약 56시간이 경과되었을 때 '산소 탱크 파열' 사고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호흡용 산소가 떨어져가는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아폴로 13호의 선장인 제임스 라벨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구를 떠나 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우주는 특정한 소수의 사람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책을 통해 우주 공간을 체험한 소수의 사람들, '우주 비행사'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우주 공간에 대한 더 큰 궁금증도 촉발되었지만. 인터뷰를 마무리한 후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우주라는 새로운 물리적 공간으로 진출함으로써, 인류의 의식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신적 공간을 손에 넣게 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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