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W. 셸리 『프랑켄슈타인』
지식을 얻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자기 존재가 허락하는 것보다 더 위대해지려고 갈망하는 사람보다 자기 고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p76)
메리 W. 셸리 , 『프랑켄슈타인』 , 열린책들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W. 셸리가 21세가 된 1818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 책의 1부는 탐험가 월턴의 편지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과거 회상, 2부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과의 만남, 괴물의 과거 회상 및 요구, 3부는 괴물의 복수와 프랑켄슈타인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원래 괴물을 만들어낸 사람의 이름이지만, 지금은 괴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대신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들으면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 괴물의 전형화된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작품은 1816년 저자가 연인, 동생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던 중에 쓰여졌다.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의 여파로 유럽이 여름 같지 않은 날씨가 지속되자 실내에서 독서와 토론 등으로 시간을 보내던 일행은 각자 괴담을 써보자는 바이런 경의 제안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중요한 고전이며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로 불린다. 진보적인 지식인이었던 부모님과 그 지인들의 영향은(어머니는 메리가 태어난 지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이런 장편을 완성할 수 있게 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열정과 욕망으로 괴물을 만든다. 그러나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실제로 만들어지자(더구나 그 생명체는 보기 역겨울 정도로 추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괴물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으로 괴물을 버리고 떠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식에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저자의 남편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로 보기도 한다.
처음 괴물은 백지상태에서 홀로 인간 세상을 배우며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끼지만, 그의 추한 외모로 인한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배척받고 상처 입는다. 누군가 그를 외모와 상관없이 따뜻하게 받아줬다면 그는 사람들과 유대를 맺으며 살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를 광포한 괴물로 만든 건 그를 만든 이의 무책임, 그리고 사람들의 혐오와 두려움이었다.
상대의 외형을 일별하는 것으로 상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달한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던 특질이 결과적으로 인간성을 파괴하는 요소로 작용해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인간은 자신을 파악당하고 싶어 한다. 가장 본질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러나 인간은 서로를 표피적 요소로 규정하고 규정당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누구도(그를 창조한 이조차) 괴물의 추악한 외모를 넘어서 그의 내면을 응시하려는 노력을 감당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에게는 이름조차 없었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기에. 외형적 특징으로 그저 ‘괴물’이라 불렸을 뿐.
생명공학의 발달과 AI의 전성시대를 맞은 현대에 시사하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과학 기술이 인간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불행한 결말로 구체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 달라고?
소설의 첫머리에 인용된 '실낙원'의 글귀를 보면, 메리 셸리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고뇌가 아닌 괴물의 고통에 더 공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