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 『당신의 첫 문장』
「그림자 박제」의 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는 동안, 문득 한 친구가 떠오르네요. 단체 미팅 때였습니다. 돌아가며 이름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이 친구, 갑자기 자신의 이름 한 글자를 바꿔 말하는 겁니다. 의아해하는 우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자신은 일란성 쌍둥이이며 오늘 아픈 언니를 대신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죠. 하지만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릴 게 아니라 그때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괜찮은 거냐고. (p262)
『당신의 첫 문장』 , 하성란 , 책읽는수요일
하성란 작가가 읽은 책 중에서 골라 적은 문장들에 작가의 감상을 덧붙였다. 책을 읽고 감흥을 정리하고픈 사람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이다. 50권의 추천도서 목록을 얻는 즐거움과 간결하게 덧붙인 작가의 감상이 마음을 잡는다.
어느 순간 다리도 굽고 걸음도 느려질 겁니다. 계단이 무서워 아예 남산에는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한참 뒤에서 걸어오던 이들이 하나, 둘 지나쳐 앞서 걸어갈 거고요. 행여 방해가 될까 길 가장자리로만 걷게 될지도 모르지요. (p17~18)
PT를 받다 왼쪽 몸통이 삐걱,이는 느낌이 들었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통증이 깊어졌다. 결국 병원을 다녀오고 처방받은 약을 먹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도 가끔 존재감을 알리는 왼쪽 몸통의 통증을 그러안고 내 몸을 생각한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늙어갑니다’ 이 책의 1부 제목이다. 태어나는 순간 늙기 시작하는 몸. 이미 태어난 지 한참인 내 몸은 낡았다. 내 몸에 눈도 마음도 주지 않고 헐레벌떡 살아온 사이 그렇게 내 몸은 녹이 슬었다. 새삼 아쉽고 아깝다.
요즘 내게 나이듦이 전하는 깨달음이 하나둘 도착한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선물처럼 펼쳐보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앞으로 해야할 일도 가늠해 본다. 다른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작고 사소한 즐거움을 한껏 감지하고 싶다. 녹슨 몸이 주는 서운함은 뾰족함이 빠져나간 헐거워진 마음으로 메꿔보려 한다. 뻣뻣했던 뒷목도 풀고 입꼬리도 올려보자.
(몸과 더불어 마음도, 삐걱이는 파열음이 감지될 때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괜찮은 거냐’고)
*PT는 콩글리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