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 하나에 좋은 일 하나

김중혁 장편소설 『내일은 초인간_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by 장소록
"서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하게 생각해. 우린 어쩌면 조금씩 다 아픈 사람들이고, 아파서 서로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들이야. 모자란 걸 아니까 채워주고 싶어서 함께 있어." (p220)


『내일은 초인간_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김중혁 , 자이언트북스


팔이 늘어나는, 동물과 교감하는, 숫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외우는, 정지 시력이 뛰어난, 소리에 민감한, 도망치는 기술이 뛰어난…, 뭐 이런 무능력에 가까운 초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동물원의 과잉개체로 도태되기 직전의 고라니 두 마리, 영양 한 마리, 긴코원숭이 한 마리, 오소리 한 마리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작가는, 조금씩 빈틈이 있는 인간들이 모여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그런 아름다운 관계를 상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끝내 따뜻하다. 작가의 소소한 유머감각과 독특한 상상력이 주는 무해한 경쾌함은 덤이다. 참, '작가의 말'을 마지막 줄까지 꼭 읽어보시라.



아주 짧고 행복한 기억 하나가 그 사람을 평생 착한 사람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p233)


당신은 행복한 기억이 있는가?


눈을 반쯤 감고 태엽 덜 감긴 자동인형처럼 출근 준비를 할 때(꼭 샤워기의 물줄기가 정수리를 때릴 때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치솟았다 가라앉곤 했다. 그런데 그 생각들은 대부분 억울했던 일이나,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나, 믿었던 상대에게 뒤통수 맞았던 순간이나 그런… 비극적인 장면들 뿐이었다.

오래전 나를 서운하게 했던 가까운 사람의 말 한마디. 터무니없는 오해로 나를 공격했던 상대에게 제대로 변명 한 마디 못했던 순간. 돌아보면 분통 터지는 장면들이 잊히지 않고 잠복해 있다 끈질기게 고개를 내밀었다. 행복한 기억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왜 그렇게 마음을 다쳤던 장면만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지. 이른 새벽 비몽사몽 하루를 시작할 때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이 참 즐거웠던 여름휴가 장면이거나 인정받았던 칭찬의 순간이라면 내 하루가 조금은 덜 힘들었을 텐데.


나쁜 일 하나에 좋은 일 하나.

애써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은 일 하나에 나쁜 일 하나 (p253)


떼 지어 몰려드는 나쁜 일, 나쁜 생각들에 숨이 막힐 때면 이런 반쯤은 긍정적인 문구 하나 끄집어 올려 읊어보면 좋겠다. 나쁜 일 하나에 좋은 일 하나. 좋은 일 하나에 나쁜 일 하나. 그 이상은 됐어.


*백수가 되고 나니 직장 스트레스가 없어서인지 이를 악물게 했던 기억에서 많이 풀려났다.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지만 패배의식은 갖지 않으려 한다. 그냥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선 걸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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